흙이 되리라 흙이 되리라 / 산과물 나 다시 태어나면 그대 위한 흙이 되리라. 가장 낮은 자리 떠받칠 수 있는 곳에서 당신이 뿌린 씨앗이 뿌리내리고 싹을 틔어 결실 맺을 수 있도록 가을 나무 떨어진 낙엽 함께 뒹굴며 그대 위한 거름이 되리 그대 쉼의 터전인 화려한 의자나 침대가 아닌 눈빛 한번 마주하지 않은 영원한 안식처 너의 흙이 되리라. 2023. 10. 17. 운문 연습 2023.10.17
번지 점프대에서 번지 점프대에서 / 산과물 벼랑에 매달린 번지 점프대에 서서 두려움에 떨며 발밑을 쳐다본다. 수심 깊은 강물은 줄이 끊어질지라도 날 안을 수 있는 부모의 사랑이며 용기의 날개는 중력의 두려움조차 극복하게 하는 자식의 눈동자이며 나를 묶은 동아줄은 내가 뛰어내릴 때 나와 함께 떨어지는 인생의 반려자다. 그래서 낙하의 극한 두려움이 때로는 짜릿한 희열이 된다. 2021. 11. 25. 운문 연습 2021.11.25
그림자 그림자 / 산과물 난 당신의 그림자입니다. 낮에는 당신과 발바닥을 나누지만 석양 무렵에는 내가 당신보다 훨씬 커지기도 하지요. 난 당신의 그림자이니까요. 당신이 빛날 땐 난 어두운 그림자이지만 당신이 있어야 내가 존재하기에 色 잃은 슬픈 그림처럼 난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이 지치고 힘든 그 어둠의 시간엔 비로소 난 당신이니까요. 2021. 01. 27. 운문 연습 2021.01.27
엄마의 마음은 엄마의 마음 / 산과물 엄마의 마음은 밤송이다. 귀여운 밤톨들 보듬기 위해 고운 얼굴 대신 가시털을 드러내지만 자식들에겐 가시에 찔릴세라 심장을 녹여 하이얀 보금자리를 만든다. 엄마의 마음은 쓸쓸한 희생이다. 자식들이 독립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배를 갈라 내보내고는 서리 바람에 시달리다 텅 빈 그믐달로 생을 마감한다. 엄마의 마음은 2020. 09. 09. 운문 연습 2020.09.09
촛불 촛불 / 산과물 내 몸 녹여 초가 된다면 내 마음은 그대 그리는 심지 되리니 그대 나의 심장에 불 붙여 주오. 마지막 몸과 마음 그댈 비추며 태울 수만 있다면 끝내 남은 한 방울까지 그대 향한 뜨거운 눈물로 불타 오르리 2019. 12. 25.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불태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어머니.. 운문 연습 2019.12.25
발이 잘린 새 발이 잘린 새 / 산과물 어린 시절에 존재한다는 건 나를 위함인 줄 알았는데 살아가 보니 나의 존재가 나만 위한 것일 때 가장 불행함을 깨달았다. 행복이란 타인을 위할 때 또 그 노력이 상대에게 인정받을 때 그것이 위험하더라도 가장 행복한 것임을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눈에 .. 운문 연습 2019.06.26
거시기 情 거시기 情 / 산과물 뿌리째 뽑힌 밭둑에서 홀씨 펼친 민들레 늘어진 실버들 사이 봄바람이 스치면 처진 주검의 뿌리가 홀씨를 재촉한다. 자신의 몸 마를수록 가벼워진 홀씨에게 너희들의 꿈을 찾아 미련 없이 떠나라고 버릴 수 있을 때 떠나 버리라고 그래야 나도 거시기하게 간다고 2019. 0.. 운문 연습 2019.05.01
어버이 어버이 / 산과물 달팽이는 두터운 갑옷이 있어 두려움이 없고 고슴도치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무서울 게 없으며 소에게는 뾰족한 고추뿔이 있어 한가로우며 호랑이에겐 예리한 이빨이 있어 적이 없지만 사람들에겐 아무런 무기가 없어 어디서나 두렵다. 하지만 어버이는 고슴도치의 가.. 운문 연습 2018.11.29
가시버시 가시버시 / 산과물 내 신발이 되어 진흙탕 길 가시밭 길 함께 걸었기에 나는 지금 여기까지 왔소. 때로는 맨발로 걷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오래 걷지 못했어요. 인생길 고갯마루 구름 벗 삼아 여기까지 왔으니 그대 쉬소서. 나 기꺼이 당신의 신이 되어 아리쓰리 고개 넘어갈 테니 그대 이.. 운문 연습 2018.06.14
스승의 날 스승의 날 / 한관흠 당신은 우리들의 뿌리입니다. 당신이 흙 속에서 거름을 어루만져야 우리는 든든한 줄기를 올려 꽃이 피고 결실을 맺습니다. 당신의 몸짓은 드러나지 않는 희생과 사랑입니다. 2018. 05. 15. 은사님의 마음 저희가 이어가겠습니다. 젊어서 표현하지 못한 감사의 마음 제자.. 운문 연습 201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