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29

번지 점프대에서

번지 점프대에서 / 산과물 벼랑에 매달린 번지 점프대에 서서 두려움에 떨며 발밑을 쳐다본다. 수심 깊은 강물은 줄이 끊어질지라도 날 안을 수 있는 부모의 사랑이며 용기의 날개는 중력의 두려움조차 극복하게 하는 자식의 눈동자이며 나를 묶은 동아줄은 내가 뛰어내릴 때 나와 함께 떨어지는 인생의 반려자다. 그래서 낙하의 극한 두려움이 때로는 짜릿한 희열이 된다. 2021. 11. 25.

운문 연습 2021.11.25

그림자

그림자 / 산과물 난 당신의 그림자입니다. 낮에는 당신과 발바닥을 나누지만 석양 무렵에는 내가 당신보다 훨씬 커지기도 하지요. 난 당신의 그림자이니까요. 당신이 빛날 땐 난 어두운 그림자이지만 당신이 있어야 내가 존재하기에 色 잃은 슬픈 그림처럼 난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이 지치고 힘든 그 어둠의 시간엔 비로소 난 당신이니까요. 2021. 01. 27.

운문 연습 2021.01.27

엄마의 마음은

엄마의 마음 / 산과물 엄마의 마음은 밤송이다. 귀여운 밤톨들 보듬기 위해 고운 얼굴 대신 가시털을 드러내지만 자식들에겐 가시에 찔릴세라 심장을 녹여 하이얀 보금자리를 만든다. 엄마의 마음은 쓸쓸한 희생이다. 자식들이 독립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배를 갈라 내보내고는 서리 바람에 시달리다 텅 빈 그믐달로 생을 마감한다. 엄마의 마음은 2020. 09. 09.

운문 연습 202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