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부들의 꿈
한관흠
나는 새벽 이슬
깨끗한 모래 사이에 뿌리 서린
난도 아니요
마디 마디 한 맺힌
대도 아니다.
다만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건
방긋 하이얀 웃음 머금은
부드러운 부들이어라.
스치는 바람과 마실 물과
뿌리 내릴 흙이랑 있다면
호불호를 탓하랴.
갈대 사이를 지난 칼바람도
나의 몸을 스치면
매서운 날 스러지고
험한 세상사 검은 물도
나의 뿌리를 스치면
하얀 차돌맹이처럼 차가우리
옹좁은 습지에라도
유구한 뿌리를 내려
다시 파아란 꿈으로 태어난다면
부드러운 미소로 인사하리라.
그러나
나의 뿌리마저 검붉어질 땐
추억의 뿌리를 끊어서라도
영혼의 몸마저 파랗게 엮어
하늘 빛 백의민족
무언의 포단(蒲團)이 되어
선문의 길로 참선(參禪)하리라.
그리하여
마지막 남은 생명일랑
한 줄기 외롭지 않을
꼿꼿한 불화살로 피어올라
고통을 불태우는 화타의 화신이 되리라.
부들
부들과의 다년초. 연못 가장자리와 습지에서 자란다. 높이 1∼1.5 m이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벋으면서 퍼지고 원주형이며 털이 없고 밋밋하다. 잎은 나비 5∼10 mm이고 줄기의 밑부분을 완전히 둘러싼다. 꽃은 6∼7월에 피고 1가화(一家花)이며 원주형의 꽃이삭에 달린다. 위에는 수꽃이삭, 밑에는 암꽃이삭이 달리며, 두 꽃이삭 사이에 꽃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포(苞)는 2∼3개이고 일찍 떨어지며 꽃에는 화피(花被)가 없고 수꽃에서는 화분(花粉)이 서로 붙지 않는다. 열매이삭은 길이 7∼10 cm이고 긴 타원형이며 적갈색이다. 잎은 방석을 만들고, 화분은 지혈(止血)·통경(通經)·이뇨제(利尿劑)로 사용한다. 잎이 부드럽기 때문에 부들부들하다는 뜻에서 부들이라고 한다. 한국·일본·중국·우수리·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잎의 나비가 l.5∼2 cm이고 화분이 4개씩 합쳐지는 것을 큰부들(T. latifolia)이라고 하며, 북반구의 온대지방에 퍼져 있다. 애기부들(T. angustata)은 수꽃이삭과 암꽃이삭 사이에 꽃줄기가 나타나는 것이 다르고, 유럽·아시아의 온대와 난대 및 지중해 연안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