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가을이 익어가요

산과 물 2005. 9. 27. 18:57
 

보름달 그리움처럼

가을이 익어가요.

                     한관흠


갈 아침 기운이 소슬하고

저녁 밝은 달밤의 고요를

귀뚜라미가 어우러집니다.


머언 하늘 하얀 보름달 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지요.


허공에 매달린 하얀 종이 위에

그리운 얼굴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지우고 그리워 보고


송알송알 재잘거리는

우리들의 공주들이 환한 미소로

어둠 속에서 밝은 꿈 키우지요.


마주하는 얼굴이 어찌나 예쁜지

분홍색 한 줌 마음에 찍어

하늘에 부쳐 홍조를 띠우게 하고


달보다 다정한 예쁜 모습 그려

은쟁반 부드러운 한 획을 그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큰딸 녀석 그리다 얼굴 그리워

너무 크게 그리니

예쁜 몸 다리 그릴 곳 없어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둘째 공주 하얀 얼굴 그리다

검은 눈동자 두 점 찍어

반짝이는 눈 그리니


귀여운 막내 보고파

도툼한 입술 두툼하게 그리다

달빛에 반해

별 총총 밤하늘 그립니다.


밤하늘 아래

이 모든 행복을 갖게 한

당신은 어둠입니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감춰

밤하늘의 수놓은 당신은

하늘땅보다 큰 사랑입니다.


세 자매 공주

당신 그리고 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지언정

오색 螺旋의 회오리로

더 높은 곳에 오로라


어둠 가득한 고요의 숲에

다섯 색깔 용머리 몸을 흔들어

찬란한 생명의 물결 뿌리렵니다.


9월 27일 율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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