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그리움처럼
가을이 익어가요.
한관흠
갈 아침 기운이 소슬하고
저녁 밝은 달밤의 고요를
귀뚜라미가 어우러집니다.
머언 하늘 하얀 보름달 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지요.
허공에 매달린 하얀 종이 위에
그리운 얼굴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지우고 그리워 보고
송알송알 재잘거리는
우리들의 공주들이 환한 미소로
어둠 속에서 밝은 꿈 키우지요.
마주하는 얼굴이 어찌나 예쁜지
분홍색 한 줌 마음에 찍어
하늘에 부쳐 홍조를 띠우게 하고
달보다 다정한 예쁜 모습 그려
은쟁반 부드러운 한 획을 그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큰딸 녀석 그리다 얼굴 그리워
너무 크게 그리니
예쁜 몸 다리 그릴 곳 없어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둘째 공주 하얀 얼굴 그리다
검은 눈동자 두 점 찍어
반짝이는 눈 그리니
귀여운 막내 보고파
도툼한 입술 두툼하게 그리다
달빛에 반해
별 총총 밤하늘 그립니다.
밤하늘 아래
이 모든 행복을 갖게 한
당신은 어둠입니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감춰
밤하늘의 수놓은 당신은
하늘땅보다 큰 사랑입니다.
세 자매 공주
당신 그리고 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지언정
오색 螺旋의 회오리로
더 높은 곳에 오로라
어둠 가득한 고요의 숲에
다섯 색깔 용머리 몸을 흔들어
찬란한 생명의 물결 뿌리렵니다.
9월 27일 율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