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지고지순(至高至順)

산과 물 2005. 9. 9. 10:58
 

지고지순

                              한관흠

보고 싶소

세월에 갈라지고 마늘에 다져

내 이마 위에 젖은 아름다운 손


맡고 싶소

삼백육십오일 눈시린 아침

차가운 쌀뜨물 아침 향기를


안고 싶소

가족 생각에 언제나 슬픈 젖가슴

아기 추억의 보금자리 굳은 등거죽


닮고 싶소

뜨거운 피와 보드라운 살을 말려

거룩한 희생을 지고지선으로 여겨

 

고단한 아침 부시시 일어나

시린 아침 햇살에 눈을 씻어

 

세상모르고 잠든 아침 볼에

입 맞추는 포근한 두 눈망울


불쌍한 피붙이 눈빛만 보아도

가슴에 감춘

나만의 비밀 한 눈에 읽혀

 

시름에 주름진 당신의 눈

마주칠까 피해도 내색지 않으시고

 

나의 설움 당신의 가슴속에

더불어 삭히시는 참숯 덩어리


남 다 지쳐 잠든 밤하늘

참 이슬 다만 홀로 속으로 흘리어

숫한 밤을 불태우고

 

가슴 시린


아, 어머니 나의 어머니

 

조선의 향기 그윽한

어머니 어머니여


2005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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