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아비의 피

산과 물 2005. 9. 28. 10:59
 

      아비

                     한관흠

 

손마디 거치러져 손톱 찢기어

핏기마저 가시지 않으셨는데

자식 앞엔 언제나 너털웃음을


초등학교 빗자루 가져가는 날

밤 새워 어린 근심 잠재우시려

억새 수수 잘라서 비를 삼아서


아침에 지쳐 잠든 아비 얼굴엔

하늘처럼 포근한 미소 감돌아

손톱 사이 핏줄긴 터지었건만

 

어리고 어리둥절 마음에 기뻐

억새비 수수비 아름 들고서

발걸음도 가볍게 학교엘 가네.


담임선생 칭찬에 어깨 우쭐해

빗자루 내다보니 핏기가 서려

한밤내 아픈 아비 눈물 보이네


한 생애 가슴 저린 어머니보다

감추어진 아비의 투박한 사랑

소중히 간직하여 받드오리다.


    9월 28일 율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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