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한관흠의 나뿐생각

가을비 / 산과물갈바람도 떨구지 못한당신 향한 미련먼지조차남기지 말라는 듯동 트기도 전에마지막 가을비가어둠을 닦아내린다.님 그리워홀로 남은 단풍잎처럼노란 바탕색에립스틱 붉게 칠하곤찬 가을비에지친 영혼을 씻는다.

종교와 정당 / 산과물신앙을 갖는 이유는개인의 나약함을 절대자에 의지하여보다 나은 삶을 위함이다.정당을 갖는 이유도나를 대변하는정치적 단체를 통해보다 나은 삶을 위함이다.하지만 요즘 종교나 정치는인간의 보편적인 선이 아닌나와 다르면 모두 惡이다.절대자가 나를 위해죽으라고 하지 않았는데도사제들이 그 권위를 빌려신도를 희생양으로 삼고보다 나은 세상 만들라고국회의원을 뽑았는데그들은 자신이 국가인 양자신을 위한 희생양이 되라한다.종교 사제들이 神의 권위로신도들을 조정하여같은 뿌리의 神을 왜곡하여아브라함의 자손들이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하니종교 없는 것보다 못한 세상이다.보다 나은 삶을 위해종교를 갖고 당을 선택하는 것인데종교인들은 사제들에게 속고당원들은 당대표에게 이용당하고 있다.세상은 종교로 분열되어전쟁이란 미..

존재의 이유 / 산과물나 홀로 깊은 산속작은 오두막에 살아도외롭지 않은 것은그대가 있기 때문이다.이른 봄예쁜 꽃을 심고밭고랑을 일구고씨를 뿌리는 것도언젠가 그대가 와서예쁜 정원을 보고환하게 웃는 모습 그리며난 외로움을 즐기리다.삶에 지치고 힘들어도포기하지 않는 것은나를 응원하는당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담쟁이 / 산과물담쟁이는 욕심이 없다.칡이나 죽순처럼빨리 자라지는 않아도담장이든고목이든누굴 탓하지 않는다.그저자신의 힘 닿는데로여린 발가락 붙일 곳 있으면한땀한땀 내딛으며위로 오르지만늙은 도공의 미소처럼자신이 만든 세상이멋진 작품인지도 모른다.처음에는여백의 미로 공간을 수놓더니나중에는온담을 가을로 채색한다.

구름과 안개 / 天符仙人상계의 선인은발 아래에 저만치 구름을 두고하계의 인간은안개에 갖혀눈앞을 보지 못하네.

마음의 거리 / 산과물그대 만나러가는 거리가그리움의 거리라면고개를 넘든비행기를 타든기쁘지 않겠는가?너와 내가꼭 이루고 싶은마음 거리가 가깝다면백두에서 한라까지한걸음에달려가지 않겠던가?

김치를 담그며 / 산과물 풋풋한 가을 배추가 소금물에 목욕재계를 하고 뻣뻣했던 어깨에 힘을 빼니 햇빛 모은 푸른 이마에 땅기운 하얀 무우는 채칼에 쓱쓱 썰어 가을 햇살 붉게 담은 태양초 고춧가루 매서운 겨울 추위 이겨낸 알싸한 다진 마늘 둥글둥글한 귀여운 모양으로 콧등 할퀴는 생강 여러쪽 붙어 있어 쪽파 외로워서 홀로 길쭉한 대파 대양의 파도처럼 짠맛을 함축한 새우젓 설중매 이른 봄향기 담은 새콤달콤 매실청 풋내나지 않게 잘 버무려 서늘한 김장독에서 다양한 맛들이 어울리는 인고의 긴 속삭임 속에 각자의 독특한 맛이 사라지고 숙성으로 맛갈난 김치가 된다. 겨우내 항아리 속에서 숙성하는 김치처럼 우리들의 세상살이도 감칠맛게 익어가고 있다.

약과 독 / 산과물 젊은 날 제자들에게 독이 되는 지식보다 약이 되는 지혜를 가르치려 노력했는데 나이 들어 퇴임 후 산과 물이 좋아 원당골 계곡에 칩거하니 약이 되는 약초와 독이 되는 독초를 분간하기 어려워라. 심오한 지식이 있다한들 생존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리오.

빈 화로 앞에서 / 산과물 내게 뜨거웠던 화로도 장작을 넣지 않으면 더는 뜨거워지지 않는다. 검불을 넣으면 쉽게 타버리고 참나무 장작을 넣으면 화력도 좋고 오래 따기까지 한다. 우리들의 인연도 공짜는 없다. 주는 것이 정성이든 사랑이든 아니면 물질이든

홀로 서지 못할 때 / 산과물우리가 홀로 서지 못할 때부모님은 온 정성을 다해가슴으로 돌보았으며자녀가 아프기라도 하면밤새 병간호하며끝까지 내곁을 지키셨고질풍노도 사춘기때에도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많은 시간을 기다렸는데부모는 홀로서지 못할 때바로 천덕꾸러기가 되어요양원으로 보내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