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버캐
산과물
아침에 선식을 먹고 컵을 닦으려 사무실 씽크대를 보았다.
씽크대 바닥엔 옛날 공중 화장실 변기처럼 누런 버캐로 얼룩져 있었다.
사무실엔 20명의 여직원이 함께 근무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것이라면 앞장서서 깨끗하게 관리했을 터인데
서로 눈치를 본 듯하다.
자신들의 컵에 조그만 이물질이 있어도 오염되기 전에 얼른 닦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공용장소인 씽크대가 더럽다는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누군가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언니나 누나의 마음으로 보았다면
오늘 아침처럼 누런 씽크대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 직위가 뭔데 이런 일을 하나?’
그런 생각이 나와 우리를 오염시킨다.
남이 하기 싫은 일이 보이면
‘오늘은 내가 당번이다.’라는 생각으로
오늘 나는 덕지덕지 붙어있던 내 마음의 버캐 한 조각을 떼어냈다.
2014. 3. 14. 08:30
*버캐 : 액체 속의 소금기가 엉기어서 뭉쳐진 찌끼 예) 소변기에 누렇게 버캐가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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