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먹는 다람쥐
아침 10시 반쯤 사무실에 들렸다.
향나무에서 매미의 비명이 들려 자세히 보았더니
다람쥐가 무언가를 물고 정원석 위로 뛰어 올랐다.
혹시 다람쥐가 매미를?
호기심 가득 정원석 가까이 가보았더니
아니 이럴 수가!
밤과 도토리만 먹는 줄 알았던
예쁘고 귀엽게만 느꼈던 다람쥐
그런데 내 눈앞에선
알록달록 귀엽게만 느껴졌던 다람쥐의
생명체에 대한 처참한 살육이 자행되고 있었다.
다람쥐도 역시 잡식성이었던 것이다.
청설모가 가끔 새 둥지를 약탈하여
알이나 어린 새끼를 비롯하여
어미새까지 잡아먹는 모습은 보았지만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눈에 보이는 선입견으로 세상을 해석해 왔다.
저건 검고 이건 빨개
눈에 투영된 피사체의 색깔을 보고
주관적인 판단을 내릴 때가 많았다.
얼굴이 예쁘니 마음도 예쁠 것이야?
반면 얼굴을 못 생겼어도 마음은 예쁠거야?
그러나 순간순간 우리들의 적절한 판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잘못된 것들이 많았다.
내 주변에 결혼한 후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본성을 알게 되었다고
"삶은 계란"이란 말처럼
처음에 하얗고 보들보들한 느낌이어서
맛있게 먹다보니
기다리던 결과는 텁텁하고 푸석푸석한
누런 결과가 기다리는 것처럼
겉만 보고 속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누가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삶을 운명에 묶으려는 지도 모른다.
특히 젊은 시절 연인들의
"첫눈에 반했어."
라는 말은 가장 위험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어제 송별회 자리에서 노래한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의 한 소절이 떠오른다.
"인연이라는 만남도 있지만
숙명이라는 이별도 있지"
삶은 살아가는 과정일 뿐이지
운명적으로 정해진 결과는 아니다.
다만 서로 의지하며
구성원 각자가 기대하는 결과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눈물을 머금고
환한 웃음을 터트리는 것처럼
삶은 치열한 적응의 과정이다.
밤과 도토리를 주식으로 먹는 다람쥐가
삭막한 시내 한가운데의 정원에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겠는가?
열악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적응해 가는 다람쥐가
상황과 환경을 불평하는
우리 인간보다 아름답지 않은가?
2008.08.23 산과물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레인 룰스(Brain Rules) (0) | 2009.07.23 |
---|---|
삶은 계란 (0) | 2009.05.14 |
자녀 영재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0) | 2006.05.24 |
두사부일체의 교육시대 개막 (0) | 2006.05.20 |
교권실추, 이젠 군사부 대중매체 무릎 꿇고 반성할 때 (0) | 2006.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