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혼
한관흠
산화할 그 시간까지
내 숨소리마저 속이고
고통치는 심장을 저미어
삼엄한 경계를 뚫고서라도
가야할 목적지가 있다.
거기엔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절규하는 폭음과 함께
안타깝게도
낙엽처럼 떨어져야 할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겐 다만
강대국의 힘을 빌려
삼가 애도를 표한다.
너희는 아는가?
왜 우리가 젊은 목숨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을 두고
자유보다 소중한
내 몸을 찢고 피를 뿌려야 하는지
이미 제국의 사상과 종교에
마취된 너희들은
그들처럼
초점 없는 눈을 붉히며
목줄기 시퍼런 핏줄을 세워
우리의 죽음에 침을 뱉겠지
언제나 약소국의 국민들은
애완동물의 목숨보다
가치 없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러나 너희가 나와 같다면
너희 나라를 지켜온
순국선열지사들은
조국을 위한 숭고한 테러리스트인 것을
왜 그런 잔인한 방법을 택했느냐고
너희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너 또한 나와 같을 땐
눈물을 삼키고 명심하여라.
뼈를 부수고 피를 흘려야
너와 너희 무리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너희가 강대국의 대열에 서기 위해서
어떻게 싸워왔는지
무엇이 고상한 선택인지
너희 무리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너희가 강대국에 빌붙어
소중하게 지켰던 것들이
우리에게도 소중하다는 것을
피 터지는 절규와 함께 외치고 싶다.
2005년 11월 14일 율면에서
조국을 위한 오직 한마음
젊음을 산화하신 순국선열 여러분께 바칩니다.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강대국이 최신 무기를 앞세워 살육하는 것은
마치 무지몽매한 후진국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처럼
포장되는 현실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를 응징하려는 후진국의 무기는 오직 가난뿐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용기뿐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의롭지 못함을 알면서도
강대국의 손을 들어주고
그들에게 짓밟히는 민족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시대도 이젠 갔습니다.
오직 힘 있는 자들과 함께 권력을 나누어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강자의 비리와 부정을 보고도
침묵을 해야 합니다.
다행이 그 나라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아니기에 천만다행입니다.
해가 뜨는 나라
동방예의지국
순수를 즐기는 백의민족
이젠 옛말이 되어 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