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시인도 없고 시도 없고 오직 한 자연인이 자연이 좋아 야생초가 좋아 꽃을 노래할 뿐 어떤 의미도 제대로 담아낼 수 없었다.
노루귀 엷은 살결에 어린 솜털의 부드러움을 이 세상의 어떤 언어로 표현하랴?
사랑하는 얼굴 고운 여인의 귓가에 포근히 덮인 솜털보다도 더 애잔하며 사연 많은 노루귀 그 귓가에 스치며 지나간 자연의 숨소리에 귀 귀울여 본다.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꽃의 요정
화단을 장식한 여타의 꽃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진 못했지만
남들보다 더 아픈 사연이 많기에 나와 같은 민초들에겐 더욱 애정이 넘치는 유정물이다.
바위 틈바구니에 애잔한 소복으로 단장한 작은 미소에 향기 그윽한 구구절절 구절초에 사연 많아 나그넷길 붙잡아 둔 仙母草,
언제나 곁에 있어도 보려는 사람에게만 웃음 주는 오랑캐꽃 그것이 자신들인 줄도 모르고 오랑캐라 명명한 그들에게 창과 방패를 대신한 무언의 침묵
남들이 보기에 보잘것없이 작기에
더 많은 향기를 뿜어
벌과 나비를 모으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 소외되었기에
아픈 사연을 더 많이 간직한
작을수록 강한 야생초
때로는 언제 닥쳐올 지도 모르는
시련에 대비하기 위해
한밤 내 몸서리치는 눈물 삼키며
고통을 즐기는 법을 배워야 했고
아무리 거친 시련 속에서도
스스로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야생초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2004.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