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봄을 맞으며

산과 물 2005. 5. 16. 22:36

 

 

봄을 맞으며

                          한관흠

 

봄이 옵니다.

앞도 뒤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다정한 미소처럼

마음 설레이는 봄이 옵니다.

 

차가운 바위산을 흔들어

가슴 뜨겁게 겨울을 녹여

파아란 이끼를 키우는 당신은

생명의 힘을 가진 창조주입니다.

 

억겁의 암흑에 싸여

찬라의 희망마저 없더라도

당신을 만나면

언제나 파아란 하늘과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피어납니다.

 

아지랑이 들판을 다 가진 것처럼

우울한 아리랑 고개를 넘으면서도

당신만 있다면

또 하늘 높이 솟구친 노고지리처럼

콧노래를 지저귑니다.

 

검은 딱지의 더깨가 낀

더덕더덕 균사체의 외투에 싸여

썩어가는 피부위에도

당신의 사랑은

언제나처럼 희망의 싹을 피웁니다.

 

당신이 없으면

난 썩어가는 나무요

차가운 바위지만

 

당신의 존재와 사랑을 느끼고

늘 나와 함께 하기 때문에

봄노래 흥겨운 노고지리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시냇가 가녀린 버들강아지

햇살에 흔들리는 따스한 사랑입니다.

 

2005. 3. 5 13:00

율면에서 외로운 봄을 지내며

사랑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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