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에서 / 산과물
육평 좁은 농막에서
새벽마다
꼭끼오 홰를 치는 나는
볏을 잃은 늙은 수탉이다.
눈 쌓인 산골 마을 원당리
하루 두번 지나가는
텅빈 마을버스를
기린처럼 기다리는 나
퇴임한지 육개월 지나니
휴대폰조차
날개 잃은 닭처럼
그 용도를 잃어가고
겨울이 깊을수록
어린 추억은
투박했던 아버지의
그 옛날 이야기가 그리웁다.
눈 쌓인 높이만큼
발자욱은 사라지고
홀로 지내는 시간만큼
꽃향기가 그립다.
冬木처럼
겨울을 버티기 위해
잎을 다 버리야
살 수 있다는 지혜를
좁은 농막에서
외로운 만큼 부풀어 가는
봄꿈을 꾸며
나는 기다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