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草를 보며 / 산과물
한때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기 봄바람에
나비처럼 날았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내 사무실에 갖혀서
시들시들하더니
잎사귀 성글어져
꽃 피울 힘을 잃었다.
蘭香 千里요
人香 萬里라는데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닫힌 공간에 갇히는 순간
아무리 좋은 향기도
열 걸음을 넘지 못한다.
아내라는 호칭
후배라는 운명
서열이란 명분 앞에
본래의 향기를 잃었다.
蘭이 봄볕과 바람을 만나
꽃을 피우는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봄볕이 되고 바람이 되자.
2023.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