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蘭草를 보며

산과 물 2023. 12. 20. 15:23

蘭草를 보며 / 산과물

 

한때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기 봄바람에

나비처럼 날았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내 사무실에 갖혀서

시들시들하더니

잎사귀 성글어져

꽃 피울 힘을 잃었다.

 

蘭香 千里

人香 萬里라는데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닫힌 공간에 갇히는 순간

아무리 좋은 향기도

열 걸음을 넘지 못한다.

 

아내라는 호칭

후배라는 운명

서열이란 명분 앞에

본래의 향기를 잃었다.

 

蘭이 봄볕과 바람을 만나

꽃을 피우는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봄볕이 되고 바람이 되자.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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