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삶의 무게

산과 물 2023. 11. 27. 14:10

삶의 무게 / 산과물

 

속앓이 맏이로 태어나

회갑이 되어 내 삶 돌이켜 보니

까닭 없는 눈물만 흘러내린다.

 

나름 노력했는데

누구에게도 제대로 한 게 없다.

 

자녀들에겐 다른 아빠들처럼

어릴 때 살뜰이 챙기지 못했는데

모두 잘 커줘서 더 고맙고 미안하다.

 

아내라는 이유로

맏이란 내 삶의 무게에 눌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찢어진 당신

 

묵묵히 남편 하나 보고 사는데

난 당신에게 사랑 대신 절망을 주었기에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사랑한다는 말도 사치일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얼굴을 마주하고는 화를 냈어도

몰래 흘렸던 그 눈물들

서러움 아닌 고마움과 미안함이었다.

 

늦가을

땅바닥에 구르다

가을비에 젖은 낙엽처럼

 

갈바람에 떠돌다

바람 잦아든 어느 날

나의 여행도 고요히 끝나리라.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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