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 산과물
속앓이 맏이로 태어나
회갑이 되어 내 삶 돌이켜 보니
까닭 없는 눈물만 흘러내린다.
나름 노력했는데
누구에게도 제대로 한 게 없다.
자녀들에겐 다른 아빠들처럼
어릴 때 살뜰이 챙기지 못했는데
모두 잘 커줘서 더 고맙고 미안하다.
아내라는 이유로
맏이란 내 삶의 무게에 눌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찢어진 당신
묵묵히 남편 하나 보고 사는데
난 당신에게 사랑 대신 절망을 주었기에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사랑한다는 말도 사치일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얼굴을 마주하고는 화를 냈어도
몰래 흘렸던 그 눈물들
서러움 아닌 고마움과 미안함이었다.
늦가을
땅바닥에 구르다
가을비에 젖은 낙엽처럼
갈바람에 떠돌다
바람 잦아든 어느 날
나의 여행도 고요히 끝나리라.
2023.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