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가을 장마

산과 물 2019. 10. 3. 03:54

가을 장마 / 산과물

 

어린 시절엔

비를 맞아도

네가 있어 좋았다.

 

우산도 쓰고

장화를 신었어도

비쯤이야 좋았다.

 

비설걷이 못했는데

...

인생은

가을 장마비인가?

 

늘어진 우비에

가슴 장화를 신어도

마음까지 젖어든다.

 

별빛같은 네 눈빛

검은 눈동자처럼

보송보송한 마음들이

나를 떠났다.

 

미처 추수하지 못해

쓰러지는 나락 사이

늙어가는

농부의 마음처럼

 

참새들 횟대가 된

허수아비 마음처럼

 

2019. 10.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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