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장마 / 산과물
어린 시절엔
비를 맞아도
네가 있어 좋았다.
우산도 쓰고
장화를 신었어도
비쯤이야 좋았다.
비설걷이 못했는데
...
인생은
가을 장마비인가?
늘어진 우비에
가슴 장화를 신어도
마음까지 젖어든다.
별빛같은 네 눈빛
검은 눈동자처럼
보송보송한 마음들이
나를 떠났다.
미처 추수하지 못해
쓰러지는 나락 사이
늙어가는
농부의 마음처럼
참새들 횟대가 된
허수아비 마음처럼
2019. 10.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