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가을 산책 / 산과물
가을 타는 방랑자여
늦은 가을날
단풍잎처럼 떠나라.
네 몸에 걸쳤던
가랑잎의 자존심일랑
흔들어 떨쳐버리고
주머니에 구겨진
마지막 지전 몇 장마저
불태워 재를 남긴 채
얼녹아야 싹 틔우는
돌피밭 씨를 밟고
맨발로 여울 건너서
타작한 들길을 지나
배고픔 참아가며
깊은 가을을 걸어가라.
201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