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는
산과물
정상에서는
아무 것도 쌓지 말자.
오름의 끝에는
시원한
허허로움만 있을 뿐
더 이상
인위적이고 비겁한
욕망의 탑을 쌓지 말자.
산자락
개나리 진달래에 취해
휘청거리던
봄날의 꿈 다 잊고
거친 숨결 쪼그려
바위틈에 서린
한모금의 약수로
위안을 삼아
정상에서는
바람 맞아 쓰러진
천년 고목처럼
겸허함을 배우자.
끙끙거리며
모질게 끌고 온
허황의 짐을 내려
무명의 천으로
부끄러운 곳만 가리고
정상에서는
너와나 지친 숨결
엷은 미소만
쌓아 올리자.
2012. 4. 9.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