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정상에서는

산과 물 2012. 4. 13. 15:48

정상에서는

 

                                                     

                             산과물

정상에서는

아무 것도 쌓지 말자.

 

오름의 끝에는

시원한

허허로움만 있을 뿐

 

더 이상

인위적이고 비겁한

욕망의 탑을 쌓지 말자.

 

산자락

개나리 진달래에 취해

휘청거리던

봄날의 꿈 다 잊고

 

거친 숨결 쪼그려

바위틈에 서린

한모금의 약수로

위안을 삼아

 

정상에서는

바람 맞아 쓰러진

천년 고목처럼

겸허함을 배우자.

 

끙끙거리며

모질게 끌고 온

허황의 짐을 내려

 

무명의 천으로

부끄러운 곳만 가리고

 

정상에서는

너와나 지친 숨결

엷은 미소만

쌓아 올리자.

 

2012. 4. 9. 10:20

'운문 연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추억  (0) 2012.09.27
最善不取  (0) 2012.04.22
사월 우리의 날은  (0) 2012.04.03
가을 서정  (0) 2011.10.19
사랑의 기호  (0) 2011.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