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개밥에 도토리

산과 물 2006. 8. 23. 09:17
   

 개밥에 도토리


                     산과물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꼬마들이

멀쩡한 친구를 두고

개밥에 도토리라고 놀리고 있다.


그들에겐 부끄러운

낯빛도 없다.

누가 개밥이고

누가 도토리란 말인가?


군화에 짓밟힌 양재길 두고

강자의 사랑 담은 그릇이라고

물먹은 개밥을 핥는 사람들


고고한 자태 어디에 두고

어디선가 주인이 부를 양이면

또르르 달려갈 개같은 운명


더러운 개밥축에 끼지를 못해

미천한 개마저 거부해 버린

눈물로 또르르 시린 도토리


친구처럼 다정한 사랑이라면

누렇게 구겨진 양재길 두고

도토리 깎지 찾아 떠나가리라.


불쌍한 개밥들아 이제는 안녕

개밥은 개나 주고 또르르 굴러

본성을 도로 찾아 도토린 가네.


         2006.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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