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고 나면 / 산과물
퇴임하고 나면
뒷방 늙은이 신세인데
지금의 직위 돈 명예
모두 부질없는 것이외다.
그냥 보고 싶은 사람
전화하면 올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 서넛이면
인생 잘 산 게지
자식 자랑하던 사람
죽을 때가 다가오니
자식이 원수라고 하고
잘났던 사람도
한순간 사고로 떠나며
건강했던 사람도
한순간 병으로 사라지고
어찌 남들만의 일이라 할꼬
모두 살아 있기에
겪게 될 운명인데
먼 여행 떠나는 날
내 추억 속
그대가 함께라면
우리 인연은
허망하지 않은 걸세.
사는 날까지 곁에서
나 있어 그대 행복하고
그대 있어 나 즐겁다면
무얼 더 욕심내리오.
2023. 0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