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꽃 / 산과물
라일락 향기
정원을 떠날 즈음
꾀꼬리 울음소리
오월 들녁
산들바람에 퍼지는
아카시아향
가난한 날들
엄마 아빠는
새벽부터
품앗이 나가시고
빡빡머리 하굣길에
배고픔 달래 주려
주렁주렁 달린
어버이의 마음꽃
어린 애 닿는 곳엔
꽃 한 송이 남지 않아
끄나풀에 돌 묶어
높은 가지에 던져
댕겨서 따먹던 꽃
가지 걸린 돌 풀려
때로는 내 머리에 맞아
골 때려서 더 하얀 꽃
가난의 가시들로
상처입은 그날들이
배고픔을 모르는
중년의 나이에
아카시아 향기처럼
가난해서 정겨운
그리운 그 추억들
2021. 0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