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 산과물
너는 가난해서 좋구나.
바람 오면 바람을 맞고
비 내리면 비에 젖고
비 갠 날에는
화창한 햇살에 흔들려
새소리에 눈을 뜨다
지쳐 잠들면
한밤 내 달빛 넘어
은하수에 씨를 뿌리지
부끄러움도 모르는 놈
아니 어쩌면
부끄러움조차 없는 놈
그냥 가난한 곳에서
수줍음도 모른 채
뿌리 내리고 꽃피우다
씨 남기고
미련없이 사라졌다
봄이 되면
가난의 싹을 이어가지
화려하진 않지만
비바람을 견뎌내는 것
흔들리고 흔들려도
끝내 꽃을 피우는 것
야생화는 가난하기에
꿈도 많은가 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투덜거리지 않고
꽃을 피우는 놈이기에
향기 더 그윽한가 보다.
우리들의 삶에서처럼
2018. 03.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