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야생화

산과 물 2018. 3. 8. 17:03

야생화 / 산과물

 

너는 가난해서 좋구나.

 

바람 오면 바람을 맞고

비 내리면 비에 젖고

비 갠 날에는

화창한 햇살에 흔들려

새소리에 눈을 뜨다

지쳐 잠들면

한밤 내 달빛 넘어

은하수에 씨를 뿌리지

 

부끄러움도 모르는 놈

아니 어쩌면

부끄러움조차 없는 놈

 

그냥 가난한 곳에서

수줍음도 모른 채

뿌리 내리고 꽃피우다

씨 남기고

미련없이 사라졌다

봄이 되면

가난의 싹을 이어가지

 

화려하진 않지만

비바람을 견뎌내는 것

흔들리고 흔들려도

끝내 꽃을 피우는 것

야생화는 가난하기에

꿈도 많은가 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투덜거리지 않고

꽃을 피우는 놈이기에

향기 더 그윽한가 보다.

 

우리들의 삶에서처럼

 

2018.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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