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간난한 날의 행복

산과 물 2016. 8. 24. 11:37

가난한 날의 행복 / 산과물

 

가을 찬바람 불면

쪼그라든 텃밭에서

늙은 호박 한 개

호박잎 한 움큼

늙은 오이 서너 개

조선 무 하나

쭈글쭈글 꽈리고추

 

버스비도 아깝다고

새벽부터 십리 장 걸어

단속요원 눈치 보며

남들 점심 먹을 때

햇볕에 시든 무를 먹고

꾸르륵 허기진 배로

늦저녁 떨이하다가

지쳐 돌아온 할머니

 

메뚜기 같은 손주새끼

뭐가 그리 좋다고

자식들 버릇 나뻐진다는

며느리 눈치 보며

할매 손에 감춰진

주름살처럼 쭈그러든

지전 몇 천원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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