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오남매
산과물
여름 신새벽부터
울엄마 울아빠
삯일을 나가셨다.
저녁 무렵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아
더 그리운 엄마 아빠
오남매 동생들은
배고프다 졸라대고
어린 나는 밥할 줄 몰라
발 동동 구르다가
옹기종기 장독대
제일 큰 독을 열고
허연 백태가 낀
배추 묵은지 꺼내
오랜 여름 가뭄에
야속한 펌프질
마지막 남은 마중물엔
남매들이 힘을 합쳐
올렸다 내렸다 하니
질금질금 떨어지는
눈부시게 시원한 물
햇볕 뜨거운 자박지에
자박바박 채워
씻고 헹구고 또 시쳐
신맛 매운맛 스러지어
가난으로 파인 도마에
날 무딘 식칼로
저걱저걱 썰어주니
장독에 품어 소화시키던
허멁은 묵은지로
주린 배를 채운 동생들
“오빠! 고마워.”
“형아! 고마워.”
장독대같이 옹기종기
정다운 내 동생들
엄마의 따신 밥 대신
시금털털 묵은지 먹던
어엿쁜 내 동생들
철부지 어린 눈동자에
밥물보다 뜨거운 눈물이
가난해서 행복했노라고
부드러운 골 타고 흐른다.
2015.1.5.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