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그리움
산과물
동짓달 늦은 밤에
지친 인부들은
허기진 입김으로
창백한 초승달을 데운다.
추위에 산야도 얼고
달빛도 얼었는데
삼겹살로 두둑해진
사장님의 배처럼
불룩한 트럭이 들어온다.
일개미처럼 인부들은
하나둘 트럭에 기어올라
본능적으로
낡은 반네루를 내린다.
발을 옮기려는 순간
쑤으윽 달빛보다 차가운
섬짓한 못이 발등을 뚫고
뜨거운 피가 흐른다.
스스로 다리를 빼려하니
찔릴 때 들어가는 스릴보다
징그럽게도 빠지지 않아
다시 시도하기가 무섭다.
달빛보다 창백한 동료의
눈동자들이 모여
하나 둘 셋의 구호와 함께
낡은 운동화를 신은 채
빠져나온 멋쩍은 내 발
파상풍에 항생제 주사로
추운 날 엉덩이 뻔뻔하게
동료들에게 부담을 줬던
그 시절
지금도 거꾸로 솟구친
하얀 대못을 보면
발바닥이 섬뜩하지만
그 시절 함께했던 동료들의
창백한 눈빛이 그립다.
2015.01.09.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