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3

蘭草를 보며

蘭草를 보며 / 산과물 한때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기 봄바람에 나비처럼 날았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내 사무실에 갖혀서 시들시들하더니 잎사귀 성글어져 꽃 피울 힘을 잃었다. 蘭香 千里요 人香 萬里라는데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닫힌 공간에 갇히는 순간 아무리 좋은 향기도 열 걸음을 넘지 못한다. 아내라는 호칭 후배라는 운명 서열이란 명분 앞에 본래의 향기를 잃었다. 蘭이 봄볕과 바람을 만나 꽃을 피우는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봄볕이 되고 바람이 되자. 2023. 12. 20.

운문 연습 2023.12.20

모과를 보며

모과를 보며 / 산과물 울퉁불퉁 제멋대로 과일 중에 제일 못생겼다 말하지만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향기롭게 하는 그윽한 너 젊은 시절 균형 잡혔던 몸도 세월이 흐르니 쪼그라진 피부에 초라한 모습 너보다 못한데 서리 맞을수록 노란 들국화보다 향기로운 너 가지 끝에 매달린 남은 시간 나도 너처럼 살고 싶다. 보이지는 않아도 누군가를 위한 향기가 되고 싶다. 2023. 10. 19.

운문 연습 2023.10.19

난향(蘭香)

난향(蘭香) / 산과물 성질 급한 사람들은 모두 나를 떠났지 잠시 기다려 주지도 않고 자신들의 허용된 시간에 내 향기를 탐했다가 그 향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게도 너와 나를 위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벌 나비들도 그걸 알고 찾아오는데 네가 진정 나를 갖고 싶다면 내게도 시간을 줘 싹이 나고 뿌리 내릴 시간 꽃 피울 시간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그 향기 낼 시간을 2021. 04. 28. ☞ 난향은 새벽부터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에 난향이 나지 않는다고 무관심하다. 스승과 제자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남편과 아내 사이 모두 자신의 시간으로 보니 살면서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결과를 얻기 위해 서두르고 서두르다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운문 연습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