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의 찬가
산과물
어린시절 언제 철 들 것이냐 해서
빨리 철들려고 쇳가루를 먹었더니
머리에 붉은 녹이 슬었다.
젊은 날은 미꾸리를 먹고
어려운 시험에 미끌미끌
미끄러지듯이 뚫고 합격을 했고
나이 들어 구릿가루를 먹었더니
몸이 구릿빛으로 바뀌면서
정치인이 되었는데
사람들은 내게 구린내가 난다고 한다.
이젠 중년의 나이가 되어
몸이 쇠약해져 개구리를 먹었더니
밤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너구리를 먹었더니
사람들은 내가 능청스러우니
정치가 제격이라고 조언한다.
처음엔 미꾸리로 시작해서
구구리, 개구리, 너구리까지
나이 들어 어쭈구리부터
바닷가에 들렸을 땐 머구리까지
내가 구리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
한 능청스런 친구가
나도 구리를 좋아한다 하면서
스스로 너구리가 되더니
너구리 라면만 고집한다.
사람들이 구리 종류를
철보다 좋아하는 이유는
구리류가 철제류보다
몸에 좋기 때문인가 보다.
2015.03.03.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