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차는 불도저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운동장에 발자욱 하나 없이 판판하다.
우리 학교 주변 조기 축구회 회원들이 축구공의 바운딩이 잘 되도록
매일 아침 운동장 평탄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어느날 밤늦게 야근하다가 숙질실에서 자고 관사로 나가는데
누군가가 운동장 평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학교 운동장을 말끔하게 다듬어 주시는 분이
어느 분인가 궁금한 터에 확인을 해보니
다름 아닌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이셨다.
평소에 차 깨끗하게 유지하기로 소문이 난 교장선생님이신지라
나는 매우 의아했었다.
차에 흠집이나 먼지 한 오라기 용서하지 않으시던 당신께서
어떻게 저렇게 하실 수 있을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론 처음 부임하셨을 때 인사 말씀이
"모교의 발전을 위해 남은 기간
제 뼈를 묻을 각오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요."
하셨던 인사 말씀이 떠오른다.
제 20여년의 교육 경력을 통해
여러 분의 교장선생님을 모셨지만
어느 분도근무하는 학교를 위해
새벽 5시에 당신의 차에 육중한 강철 H빔을 끌고 다니신 분은 없었다.
차에 무리도 많이 가려니와
육중한 무게 때문에 기름값도 만만치 않게 소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 농산어촌에 소재한 소규모 학교에는
도회에 마음을 두신 분들을 억지로 시골학교에 교장 발령을 내서
2년이란 세월을 개인과 학교를 위해 무의미한 시간이 되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지역사회와 모교를 위해 헌신하려는 각오를 갖고 계신 분을
학교운영위원회의에 심의를 거쳐 초빙을 해야 학교와 지역사회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느 곳에 근무하든 진심으로 제자를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교장 선생님이 계시다면
몸은 힘들어도 그분들과 함께 행복의 길을 따르고 싶다.
교직 선배와의 선문답
시골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도시 학교보다 역동적인 변화는 없지만
아직도 교직을 성직으로 알고
희생 봉사하는 마음으로 근무하시는 선배님들이 많으시다.
요즘 대중 매체에서는
모든 교사가 촌지를 받거나 참고서 채택비를 받는 것처럼
대국민 홍보대사로 선봉에 서고 있다.
그러나 시골에서만 근무했던 나로서는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아니 제 자신뿐만 아니라 같이 근무하시는 선배님들께서 실망하시지나 않을까 더욱 염려스럽다.
저는 우리도 부당하게 국민들로부터 욕됨을 당하느니
부당한 방송을 한 대중매체에 대해
우리의 단결된 힘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어떻게든 교사 집단을 교육 수요자의 심판을 받게 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에 대한 국민 여론을 부정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어떤 매체가 요즘들어서는 모든 매체가 되고
어떤 부정한 교사가 요즘들어서는 모든 부정한 교사가 된다.
나 스스로 아니라고 발버둥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사회는 나 혼자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에 4월 중에 발표된 한겨레 신문에 실린
영화 평론가 두나의 글을 보면
대부분의 선생들은 맘에 드는 학생은 성폭행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은 이유없이 때리고
학부모들에게는 끈임없이 촌지를 강요하는 악마와 같은 존재가
바로 지금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투고한 사람보다
그러한 글을 사전에 편집국에서 검열을 하는데
그러한 내용을 흔쾌히 손들어 준 편집국장의 생각이고
더 나아가 대중 매체 역시 중앙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앙에서 교원 평가하기가 어려워지자 수립한 전략이
바로 교원의 위상을 저하시키는 것이고
그 의도를 모든 매체들이 묵묵히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혼자 분노해야 될 일도 아니고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저의 이런 감정적인 발언에
나이 지긋하신 선배님들은 우리가 선생님인데
어떻게 제자들을 담보로 하여 단체행동을 할 수 있겠나.
만약 누군가 자네의 자녀를 인질로 삼아 단체행동을 한다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그 단순한 말씀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래도 대표적인 전문직이라고 하는 의사들도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한다는데...
맞아, 너는 의사가 아니라 교사이기 때문이지
교직은 전문직이라고 하지만
제자를 위해 희생봉사하려는 성직자로서의 소명감이 없으면
교직에 입문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거란다.
지금은 몸이 안 좋아 명예퇴직을 하셨지만
나는 이 분의 선문답 같은 짧막한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내가 교단에 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삶의 지표가 되었다.
지금 올리는 동영상은 일요일날 동문회 체육대회가 있다고
방과후에 운동장을 정비하시는 모습을 담아 올려 봅니다.
저와 같은 길을 가시는 분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추억의 나 > 야생화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하수오와 박주가리의 구별법 (0) | 2014.08.18 |
---|---|
우리 학교 야생화 1번지 (0) | 2007.07.25 |
현관에 핀 꽃 (0) | 2007.06.03 |
할미꽃 (0) | 2007.03.23 |
[스크랩] 나팔꽃과 메꽃 (0) | 2006.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