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논술

자기소개서 쓰기의 주요 전략과 실제

산과 물 2007. 6. 9. 11:23
 


16강. 자기소개서 쓰기의 주요 전략과 실제




■ 개요


취직을 위해서건 그냥 자유로운 나만의 미니 홈피를 위해서건 자기소개를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런데 정형화된 자기소개서는 무슨 위인들의 일대기처럼 밋밋하고 그렇지 않은 소개서는 싱겁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수많은 블러그나 미니홈피를 뒤졌지만 제대로 된 자기소개를 해 놓은 곳이 드물다. 어쩌면 자기소개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유령이라면 자기를 소개해서 가짜 유령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자기를 제대로 소개하는 멋진 유령이 되 보자.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소개서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소개서를 설명문으로 접근하지 말고 논설문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누구인가를 설명하는 것은 나를 대상화시켜 지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객관적 실체는 제대로 보여줄지 모르지만 내가 너에게 왜 찐하게 다가서야 하는지를 호소하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만 소개하는 것은 설명문다운 소개방식이다. “왜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로 접근하면 논설문다운 소개 방식이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아무개입니다.”는 진정한 자기소개가 아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수많은 사람 중에 자기 자신을 지시했을 뿐이다. “아이들의 맘을 다 뺏어버릴 수 있는 열정적인 선생님이 될 것입니다. 그 열정이 영원히 저와 함께 할 자신 있어요~!”라고 소개할 때 진정한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냥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인다. 앞의 예처럼 하면서 누군가에게 다가서려고 한다면 영원히 다가서지 못한다. 뒤 방식처럼 하면 내가 남에게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남이 나에게 날아와 꽂힌다. 굳이 갈래를 든다면 이력서 방식의 소개는 앞에 가깝고 자유로운 프로필 방식은 뒤에 가깝다.

또한 자기를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모든 다중 정체성을 지닌 멀티맨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누구나가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내가 누구인지 열 가지만 써보자. 이때는 단순하게 설명문 구조로 써도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를 열 가지만 써보면 의외로 내가 잘 모르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 그중에 어느 한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도 좋지만 그 다양한 자기의 열 가지 모습을 형형색색 뜨러내면 어떨까.

이런 전략이 자기소개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좋다. 내친 김에 회사에서 특정 행사에 대한 기획안을 작성한다고 해보자. 만일 그 기획안을 그 행사에 대한 설명문 방식으로 작성한다면 평범한, 그저 무난한 행사는 될 것이다. 그러나 화끈하게 빛나는 행사는 되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 무슨 행사를 한다고 하면 설명문 방식이다. 우리가 왜 그런 행사를 해야만 하고 당신들은 이 행사에 참여해야만 하는가, 참여할 수밖에 없는가로 접근하라. 그러한 행사의 필요성에 대한 다중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 그 행사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행사는 아예 기획을 하지 말자. 피차 피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