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
2006. 3. 24. 11:29
제목 |
유.초.중.고 통합학교 교육의
문제점 |
게시자 |
한관흠 |
등록일 |
2006-03-07
19:54:21 |
조회수 |
|
내용 |
교육부총리님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황사가 심한 봄입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끌어 나가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까?
저는 농촌에서 자라서 농촌 교육의 꿈을 지키기 위해 십칠 년을
소규모 농촌학교에서 소외된 학생들과 소박한 꿈을 키워 나가는 평범한 농촌의 교사입니다.
지금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면
단위의 소규모 학교로서 2001년 3월에 인근에 있던 율면초등학교와 본죽초등학교를 폐하고, 당시 배영종합고등학교의 터에 신축 및 리모델링을 통해
농어촌 현대화 시범학교로 거듭 태어난 율면 유·초·중·고 통합학교입니다.
외관상 보기에는 규모가 크고 웅장해 보이지만, 농촌 상주
인구의 부족으로 극심한 학생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처음에 교육부에서 농어촌 현대화 시범학교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무척이나 들 떠 있었습니다.
처음 통합학교는 당시에는 기름 값이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전체를 보일러실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거대한 파이프 네트워크를 구축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두 배 이상 오른 기름
값 때문에 도교육청으로부터 학급수에 비례하여 지원받은 예산으로는 건물 유지비나 인건비 정도밖에 충당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올해 도교육청 지원 예산으로 경상비를 제외한 순수 교수학습 활동비는 초등학교 :
11,347,000원 중학교 : 11,500,000 고등학교 : 24,447,000원입니다.
부총리님 이것은 한 집의 중산층
가정의 일년 예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예산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정이 아닌 단위 학교의
교육활동비가 이렇게 부족해서야 학생 교육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어촌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은 지역에 소재한 농어촌 현대화 시범학교를 통해서 문화적 대리 만족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예산 지원을 대폭 축소하여 방과후
교육활동이나 특기적성비 지원 등의 통로를 원천봉쇄하였으니, 불쌍한 농촌 학생들에게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바라옵건대
통합학교의 건립 목적이 단순한 예산 절감의 차원이 아니라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에 농어촌 거점학교로서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의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이 분들이 지역 학교를 자랑하고 애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과 학교가
생동하는 유기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특별한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본교가 통합되기 이전에 다른 시도에서는 통합학교
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타시도의 통합학교를 방문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전국에 유·초·중·고
통합학교는 6개 학교로 인천시에 섬을 중심으로 4개 학교, 경기도에 본교(율면초중고 통합학교), 전북 진안에 소재한 안천초중고 통합학교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물만 지어 놓았을 뿐이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도시의
학교에 농어촌 통합학교와 같이 무관심한 대우를 했다면 교육열이 남다른 학부모님들께서 어떻게 반응했겠습니까?
어떤 학교에서는
수영장까지 지어 놓고 운영 예산을 지원해 주지 않아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불평어린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이미
2곳의 학교를 폐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2곳의 학교를 유지했다면 교직원 인건비와 단위학교 건물 유지비로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들었을 것입니다.
폐교시킬 당시에는 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살 수 있도록 더 좋은 시설에서 자녀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유명무실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교육을 하는 저희들은 학생과 학부모님께 무엇이라 변명해야 합니까?
또한 건물을 완공한 다음에 교육부에서 통합학교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도 통합학교에 대해서는 교육복지정책과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진정으로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 대하여
애정 어린 관심이 있었다면, 학교 행정을 교육에 관심 있는 장학사나 연구사님들에게 맡기실 텐데, 지금 본교와 같은 통합학교를 담당하는 부서는
교육복지정책과의 일반직 공무원들로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교육적인 시선으로 초·중·고 통합학교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내의 6개 통합학교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사생아가 되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건물을 지어 놓은 것으로 임무가 끝난 것이고, 시도 교육청에서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합학교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학급수를 기준으로 한 예산 지원에 통합학교 운영지원비로 3천만원을 보조해 주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본교는 7차 교육과정의 1학년부터 12학년의 운영을 한 눈에 관찰할 수
있는 학교인데도 불구하고 연구학교 운영 등의 관심 대상에서도 소외된 듯합니다. 앞으로 사회 구조의 여건상 본교와 같은 통합학교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 현재의 통합학교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연구 개발하여 차후에 농어촌에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제가 알기에 외국에도 본교와 유사한 초·중·고 통합학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사립학교로 이들의 학교에서는 통합학교를 만들기 이전에 통합학교 관련 구체적 시행지침 등을 만들어 통합학교의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교사의 자격증도 초·중등 2중 자격증을 취득케 하여 근무하게 한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인근에 산재한 급이 다른 단위 학교들을 한 곳에 모아 한 울타리 세 가족 형태의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을
뿐이며, 통합학교 내에서의 초·중등간 인적 교류도 원활하게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향후 본교와 같은 학교를
농어촌에 계속 양산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담당 연구사들을 지정하여 통합학교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본교
교장 선생님께서는 정년을 2년 남기고 계십니다. 화려하고 좋은 도시의 학교들을 마다하고 오직 한결같이 당신의 모교를 위해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작년에 본교에 부임하셔서 고군분투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예산 부족과 지형적 입지 조건으로 말미암아 심각할 정도의 운영난에 봉착하였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본교의 문제가 전국에 있는 통합학교의 일반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교장선생님께서는 스스로를 책망하시는 듯하여 곁에서 아무런 도움을
드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도 도교육청이나 지역교육청으로부터의 추가 지원을 간절하게 요청하셨지만 이미
경기도 전체가 교육 예산의 삭감으로 말미암아 모두가 어려운 실정이기에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금의 열악한
상황에서는 경기도교육감님이나 교육부총리님처럼 역량이 뛰어난 분들께서 본교 교장 선생님으로 부임하셔도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본교의 문제는 교장선생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지원이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마치 식구수가 많은 대가족을 이끌어 가는 가장으로서 하루하루를 배고픈 식구들 생각으로 안타깝게
괴로워하는 모습입니다. 더군다나 담석증으로 대수술을 받았으면서도 모교를 살리고자 동분서주하시는 모습, 한 울타리 통합학교 교직원들을 당신의 친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시는 모습을 볼 때,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답답할 뿐입니다.
혹시 저의 이러한 글이 교장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그러나 미천한 시골 학교의 교사로서 감히 대한민국 교육의 수장이신 교육부총리님께 이러한 서한문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대단한 모험이며 간절한 염원일 따름입니다.
부총리님 혹시라도 무례함이 있었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시골
교사의 순수함이라 여기시고, 장차 농어촌 교육을 이끌어 갈 후배 교육 동지라 생각하시고 가상히 여겨 주시길 바라오며, 그동안 교육부에서
무관심했던 통합학교에 대해 진심어린 배려를 가져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교육부총리님, 아직도 농어촌의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학교와 선생님들을 믿고 의지합니다. 도시의 학부모들처럼 오직 자신의 자식만을 걱정하여 한국인의 정체성을 외면한 채 외국으로 보내서라도 자식이
잘된다면 만사형통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아직도 이 분들은 공교육을 신뢰하며 정부의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처럼 황사가 심한 농어촌 교육계의 가뭄에 교육부총리님의 농어촌을 사랑하는 자비와 축복의 비가 내린다면 비록 경제
문화적으로 낙후되고 소외된 농어촌일지라도 희망찬 교육의 미래는 더욱 푸르게 피어오를 것입니다.
2006년 3월 6일
경기도 이천시 율면고등학교 교사 한관흠 올림
|
첨부파일 |
| |
 |
담당자 답변내용 |
담당부서 |
교육복지정책과 |
담당자 |
염선아 |
연락처 |
02-2100-6345 |
이메일 |
ysa0418@moe.go.kr |
답변일 |
2006-03-17 |
내용 |
안녕하세요. 농어촌 통합학교 운영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좋은 의견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앞으로 통학학교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참고하겠음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이것이 교육부 담당자의 회신입니다. 우리가 강남의 학군에 있는 학교였다면
이토록 무관심한 반응은 없었을 것입니다.
교육부에서 평소 매스컴을 통해서는 농어촌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듯
선전하면서 그 이면에는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리는 비판적인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아직도 시골의 교사나 학부모님들은 공교육을 신뢰하고 믿음을 갖고 있건만 정작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촌놈들 대~충 지내라는 식의 생각이 팽배해 있는 듯합니다.
전국에 산재한 통합학교의 현안 문제점 및 효율적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싶습니다. 혹시 통합학교 운영에 관심 있는 분은 답글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