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동반자

산과 물 2005. 10. 19. 16:05

     동반자

                    한관흠


나는 당신의 그늘입니다.


당신의 영광 뒤로한 채

언제나 숨은 어둠입니다.


나는 당신의 뿌리입니다.


그대와 난 한 몸이기에

당신을 떠날 수 없습니다.


나는 혼자서지 못합니다.


그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처럼


나는 홀로 서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와 난 모순입니다.


당신의 생기가 넘칠수록

나는 당신보다 작고


당신의 몸과 맘 지칠수록

나는 당신보다 커져


당신이 곤히 잠들어서야

나는 당신과 하나입니다.


당신을 지쳐 잠들게 한

어둠이라야


비로소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가슴에 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


한밤내 당신을 품어

어둠의 생명을 주고


또 아침이 되면

당신도 모르는 존재입니다.


그래요.

난 어둠이에요.


당신도 모르게

소리 없이 당신을 따르는

안식의 그림자입니다.



당신의 영광의 뒤에는 보이지 않게 희생하는 당신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당신에게 보이지 않는 힘을 주는 아내입니다.

2005년 10월 19일 율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