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연습

산산산 물물물

산과 물 2005. 5. 17. 21:15

산산산 물물물

흐린 날은 우리보다 더 우울한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그러면 날이 흐리다고 짜증나는 일도 없습니다.

자신의 모습만 보면 너무 억울하고 짜증나는 것이

사람사는 모습이거든요.

이럴 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떠올려 봅시다.


얼마전까지 내가 그랬었는데,
젊은 날, 애기 엄마가 예수 얘기나 직장에서 회식 갔을 때
누군가가 찬송가를 부르면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저런 사람은 때려 죽여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술에 취해 술병을 휘둘렀던 생각이 나는데

이젠 모든 것이 내 의식에서 만든 아집 같아서
마음을 좀 넉넉히 누그리고 포용하는 너그러움을 배우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나도 남들처럼 큰 그릇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으나
요즘은 모든 그릇을 다 수용할 수 있는 물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훨씬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큰 그릇을 만나면 큰 그릇에 맞게 작은 그릇을 만나면 작은 그릇에 맞게
네모 그릇을 만나면 네모나게 동그란 그릇을 만나면 동그랗게

그렇게 살면서도 맑은 물의 본성을 간직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좁은 시냇물을 거쳐 강으로 바다로 갈 수 있겠지요.

성철 스님의 말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면서도 순리가 아닐까요?

옛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
사람은 누구나 자비로운 불심(佛心)을 지닌 것처럼
부처의 마음으로 어질고 지혜롭게 살 수만 있다면
그곳이 別有天地非人間
즉 꿈에 그리던 유토피아이자 동양의 무릉도원이 아닐까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처럼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은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이고
예불가를 부르는 사람은 예불가를 부르는 사람이고
나처럼 단군의 天符經(천부경)을 암송하는 사람은

또 그런 부류의 사람이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겁니다. 

모든 사람이 단지 자기 빛깔과 향기만 고집한다면

세상은 삭막하거나 단조로와 지겠지요.

우리 집에 와서 우리 부모님께 인사를 했으면

남의 집에 가서 남의 부모님 존경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데,
세상에 오직 한 가지 색으로 물들인다면

아름다운 색상의 조화나 오캐스트라의 아름다운 심포니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더욱 의미있고 보람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저 오늘 너무 잘나가는 카운셀러 같군요.
불평하는 친구의 말한 말 한마디에 심오한 나의 개똥철학을

주섬주섬 모아서 이렇게 단순 명쾌한 해답을 드리게 될 줄이야!
내 스스로 감탄해 봅니다.

 

아마도 나는 말꼬리 잡기를 좋아해서

말 한마디에 감동하기도 하고 허탈해 하기도 하고
말과 출신이라 그런지 말에 살고 말에 죽는

애마부인과 비슷한 처지인 듯 합니다.


애마부인이 말꼬리 잡고 늘어졌다 말 뒷발에 채여

마부의 부인이 되었다는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이야기에 대해 한 번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이렇게 흐린 날은 마루 위에 온 가족이 모여 말을 안주하여

파전과 함께 씹어보는 것도 즐거운 삶의 한 가닥이 아닐까요.

 

말 말 말

우리 주변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해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불량 감자가 되기도 한답니다.

아마 나보다도 벗이 더 많은 경험을 했을 겁니다.


'왜 젊은 사람이 그렇게 됐을까?' 하면서

자기들 좋은 대로 해석하고 웃고 하겠지요?
낯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옳은 일이니 그릇된 일이니 하는 것도 말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방아처럼 오르내리는 말입니다.


가끔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강조할 필요도 있습니다.
언제나 내말은 김유신의 말이 아니라 가는 곳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으로부터 목을 잘리는 불행한 김유신의 말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흐린 날은 그냥 편하게 웃으며 미소지을 수 있는

閑談(한담)도 괜찮을 듯 하여 말에 관해 횡설수설 해봅니다.

횡설수설? 키스와 관련된 고사성어가 나도 모르게 나타났습니다.
횡설수설 : 사랑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는 혀
설왕설래 : 서로 왕래하는 다정다감한 혀
설상가상 : 혀 위에 혀가 포개어지는 사랑의 탑 쌓기
유구무언 : 입은 있으나 말할 수 없는 경지

이것은 키스에 관한 이미 정형화된 고전입니다.

질문?
이것은 중 3때 제가 만든 넌센스 퀴즈입니다.

훗날 대학 2학년때 TV에 코메디 방송으로 나오기도 했구요.

내가 똑똑해서 그대가 똑똑하지
그대가 똑똑해서 내가 똑똑합니까?
그러니까 내가 똑똑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나는 빛의 아들이요
당신은 어둠의 자식이랍니다.

이거 교수님께 사용했다가 혼났답니다.

무슨 말인지 해석하여 핸드폰으로 답 보내 주시면

흐린 하루가 즐거울 것 같습니다.
혹시 나의 또 다른 모습보고 실망이나 하지 않으실까? 조금은 염려 되지만
산이 물이 될 수 없고 물이 산이 될 수 없어서

나는 나이고 남은 남인 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듯해서

나의 숨겨진 모습 조금 보여드립니다.

☞ 넌센스 퀴즈를 맞춘 사람을 위하여
정답 : ???
답을 맞추었군요. 넌 센스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이해가 안가십니까? 넌 센스 없는 형광등이군요.

 

2003. 10. 6

율면에서 한관흠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