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노루귀를 만지며

산과 물 2005. 5. 16. 22:53
 

노루귀

                                한관흠


해묵은 하얀 고통의 언저리에서

가녀린 두 귀 쫑긋 내밀어

질긴 겨울도 시나브로 스러지는

의연한 수줍음이여


겨우내 뿌리로 뿌리를 내려

숨마저 죽이며 지켜온 인고

가장 나약한 모습으로 태어나

아지랑이 재촉하는 봄의 전령이여


세상의 강한 것

세상의 잘난 것 다 버리고

소복한 백두할미의 무던 침묵엔

매난국죽 군자연도

가소롭다 하하하


산들거리는 바람소리에도

두 귀 쫑긋 세워

솜솜이 경계하는 솜털로

세상의 모든 것을 스쳐

뜨겁게 불태우는 얄궂은 봄 여인아


                     2004. 3. 30 불타는 봄의 서정 속에서

 

노루귀 사진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