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부끄러운 고백

산과 물 2025. 3. 3. 06:10

부부간 전번 저장방법 / 산과물

젊은 날
아내의 휴대폰에 입력된
내 실체는 '가재'였다.

이유인 즉
결혼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시부모에게 예속되는 남편이
'가재는 게 편'이란 속담처럼
밉살맞은 듯하다.

언젠가 아내에게
가재가 뭐냐고 투덜되자
시대상을 반영했는지
'사랑 랍스터'로 격상되었다.

남편의 만류에도
교회를 나가는 아내는
남편의 휴대폰에
'관음보살'로 명명되었다.

이유인 즉
대자대비한 관음보살처럼
지아비를 잘 섬기라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미련한 남편의 전화에는
여필종부를 강요하듯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관음보살에 멈쳐져 있다.

철부지 남편이란 말처럼
남자는 죽을 때가 되어서야
어쩌면 철이 드나보다.

배우자란 호칭처럼
부부는 죽는 날까지
서로에게 배워야 한다.

육십이 넘은 나이
상대 부정인 '否否'였다가도
상대가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연민의 '夫婦'가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