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겨울 왕국에서

산과 물 2025. 3. 2. 06:39

겨울 왕국에서 / 산과물

산기슭 가난한 북향집 뜰에는
설레였던 첫눈이
다 녹기도 전에
거룩한 눈이 빚처럼 쌓인다.

움츠린 움막에 갖혀
겨울잠 자는 오소리처럼
봄까지 깨지 않고
깊이 동면하면 좋으련만

건너편 아침햇살 비추면
지게 지고 낑낑 산에 올라
실한 참나무를 베어
장작을 쪼개 쌓아야 하리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아침에
구멍난 목장갑 호호거리며
사립문 밖에까지
넉가래 길도 내야하리

이른 봄 오소리도
바위굴에서 기어나오면
오솔길 따라 피어난
여린 노루귀가 반기리니

몸은 비록 늙었어도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님 그리움까지
얼지 않았기 때문이네.

#평창
#원당계곡
#백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