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겨울바다

산과 물 2025. 2. 23. 03:02

겨울바다 / 산과물

차디찬 겨울바람에 밀려
해초처럼 엉클어진 머리칼로
그대에게 다가가지만
뭍으로 향하는 그리움을 막는
가시덤불 방파제

저멀리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해저에서
차가운 바람의 끝을 잡고
밀리고 떠밀리어 여기까지 왔으련만

그대에게 다가가려 몸부림치다
더 이상 갈 수 없어
비수같이 차가운 파도가 되어
흰거품으로 무너지는 마음

다정다감하게 속삭이던
사람들은 떠나고
소금처럼 흰 갈메기조차
날 수 없는
텅 빈 해변을

온 몸으로 밀고 또 밀어보지만
시퍼렀던 파도의 마음은
끝내 하얀 거품으로 사라진다.

인연인 줄 알고
숙명처럼 다가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멍든 마음을

방파제 너머에서
곁을 허락하지 않던 너는
운명처럼 파도를 버티다가
속으로 타들어가
숙명처럼 검은 바위가 되었지

갈메기도 날지 않는
겨울바다 끝자락에
외로운 연줄처럼 나는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