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섬 이야기 1

산과 물 2021. 10. 27. 10:21

섬 이야기 1 / 산과물

 

당신은 파도에 둘러싸여

흙 한 줌 없는 바위섬

나는 뭍에 정박한

외로운 작은 돛단배

 

무성한 시간 뒤로하고

단풍마저 떨어지는 가을

나의 외로움이 사무쳐

갈바람 출렁일 때

 

나는 한 줌 마음 실어

당신에게 다가가

정박하지도 못한 채

미련 두고 오지요.

 

먼 훗날 언젠가

바위틈 쌓인 흙더미에

어디선가 날라 온

민들레 홀씨가 떨어져

 

그리하여

당신의 깊은 외로움이

비밀스레 움 돋아

하얀 꽃을 피운다면

 

내 그리움도 모른 채

민들레 홀씨처럼

당신도 바람 따라

또 어디론가 떠나겠지요.

 

2021.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