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연습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산과 물 2021. 5. 14. 13:15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 산과물

 

나는 정말 스승인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처럼

임금은 임금답게

스승은 스승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살아왔는지 나에게 묻는다.

 

군사부일체란 말은

임금이나 부모처럼

스승도 대우해 달라는 말이 아니라

 

임금이 고달프면 백성이 편안하고

스승이 희생하면 제자가 성장하고

부모가 고생하면 자식이 행복하다.”

라는 취지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교직에 있으면서

나 자신의 편리보다

제자들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어쩌다 제자들이 찾으면

그저 교사로서 내 할 도리를 했을 뿐인데

제자들이 감사 인사를 하면

감사를 아는 제자들이

오히려 나의 스승인 듯하다.

 

스승의 날을 즈음하여

지난 교직에서의 내 모습을 회상해 본다.

 

시골 학교에서 늦은 밤까지

주말에도 희망하는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훈련을 시키려고

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다가가던 모습들

 

비록 똑똑한 교사는 아니었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을 편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애를 했다면 공부는 못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에겐 편애함이 있었던 것 같다.

 

부족한 교사를 스승이라고 찾아오는 학생들은

바로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었던 친구들이었다.

 

내가 고3(1981) 경기도 광주종합고(현 광주중앙고)에서

영어 선생님이시자 우리반 담임이셨던 정하원 선생님을 만나

꿈과 목표를 갖고 공부했던 것처럼 나 또한 그 분을 롤모델로 하여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도록 함께 이야기하고

방과후에는 학생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다가가니

점차 내게 질문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돌이켜 보니 내가 잘 가르쳐서 성공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성공한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 진로를 정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통해 성장한 것이며

교사는 그 학생이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진정성 여부에 따라

학생들은 졸업 후에 스승 또는 은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선생님은 내가 그 학생을 만든 것처럼 말하는 분이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교직에서는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3이나 고3만의 노력으로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이 가르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좋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그것은 결국 그 전의 선생님들의 노력도 있을 것이며

최후의 성공여부는 그 학생의 몫이기 때문이다.

 

내일이 스승의 날이다.

막상 이 자리에 있도록 만들어 주신

옛 은사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 당시 똑똑하지도 않은 제자에게

마음을 다하여 포기하지 않도록 손을 잡아 주신

모든 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2021. 0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