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오두막집 연민

산과 물 2018. 11. 23. 10:36

오두막집 연민 / 산과물

 

나를 지키겠다고

시퍼런 칼날을 물었을 때

너와 나에게 남은 것은

섬짓한 칼자국뿐이었다.

 

진작 나를 버렸다면

독을 품은 칼날도

너와 나를 가르는

상처도 없었을 텐데

 

내가 지키겠다고

목숨 걸었던 것조차

누군가에겐 하찮은

아집뿐일 텐데

 

아직도 어리석은 난

그 오두막집 연민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

 

누추한 집이 불타고

무너지는 순간

서까래에 깔릴 운명에

눈물 흘리면서도

 

2018.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