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겨울 오기 전에
산과 물
2016. 10. 26. 10:37
겨울 오기 전에 / 산과물
한 세상 마감하기 전
단풍은 나무가 느끼는
지나온 삶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이다.
가난한 하루가 저물어
촛불 앞에 숙연했던
소녀의 여린 기도는
거친 파도에 쓸리어
바위처럼 단단해 지고
강렬해진 조명 앞에서
두터워지는 화장발
차가운 가을비에 씻겨
부끄러운 민낯으로
가을햇살 곱게 드리운
단풍잎처럼
낙엽으로 지기 전에
곱게 물들게 하소서.
201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