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아버지의 농어

산과 물 2015. 7. 27. 13:50

    아버지의 농어

 

                              산과물

 

장마가 끝나고 한참 지나

물길 거슬러 논에 갔더니

아비 얼굴이 찌그러진다.

 

무너진 논둑을 따라 돌며

흙범벅 벼 씻어 세우려니

정강이 힘은 풀어지는데

    

수멍 아래 물 고인 움벙에

퍼덕이는 농어 한 마리

아비 얼굴엔 미소가 돈다.

 

버들강아지 꾸러미에 꿰어

지게 소쿠리 가득 싣고

자식생각에 발걸음 가볍다.

 

2015.07.27.

 

 

제가 대학 다닐 때

아버지가 움벙에 갇힌 농어를 잡아서

동생들도 먹고 싶었을 텐데

5남매 중 장남인 맏아들 오면 먹는다고

냉장고에 얼렸다가

제가 방학해서 집에 오니 그제야

농어 매운탕을 끓여 주셨던 생각이 나네요.

장남이라고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비오는 날 부모님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머리가 허옇게 쉰 아버지의

애잔한 사랑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