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흙처럼 살리라

산과 물 2015. 3. 5. 15:21

흙처럼 살리라

 

              산과물

 

흙은 터전이라

뿌리보다

먼저 자리 잡고

낙엽보다

먼저 터를 잡으며

 

흙은 기다림이라

나무든 바우든

서두르지 않고

흙이 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알며

 

흙은 생명이라

겨우내 언 땅에

생명의 눈을 주어

싹을 띄우고

가지를 펼쳐

열매를 맺게 하며

 

흙은 보답이라

농부의 거친 손

땀방울 하나하나

거스르지 않고

결실로 보답하니

 

가장 천한 듯

낮은 자세로

부드러운 흙이 되어

흙처럼 살겠노라.

 

2015.03.05.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