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연습

가시나무와 가시풀

산과 물 2015. 1. 23. 16:07

가시나무와 가시풀

 

산과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시가 있는 나무는 큰 쓰임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가시가 돋아난 식물은 조류나 동물들에게 무해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생명체에게 가장 요긴한 식량자원이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야생의 식물 자원 중에서 가시가 난 것을 살펴보면 나무류에서는 두릅, 가시오가피, 엄나무, 찔레 등이 있으며, 식물류에서는 엉겅퀴, 선인장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쓰거나 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살펴보면 무독성 식물이기에 온갖 짐승들이 자신의 몸을 뜯어 먹으니 살기 위해서 가시를 만들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요에 의해 오랜 세월 진화한 결과이다. 식물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머리를 쓸 줄 안다. 선인장이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나뭇잎이 무성하다면 뿌리로 흡입한 수분량보다 무수한 잎으로 인한 증발량이 많아 고사하고 말 것이며, 짐승들이 물을 구하려고 선인장을 뜯어 먹으려고 하니 거친 가시로 온 몸을 방어벽을 만든 것이다. 선인장 또한 종의 보전을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한 결과이다.

 

가시는 무독 식물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보증서인 것이다.

만일 당신이 산행 갔다가 조난당했을 경우 식량이 떨어지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가장 안전한 것은 가시가 난 풀 또는 나무의 연한 순을 먹으면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말에 시집가지 않은 젊은 여자를 일컬어 가시나라고 말한다. 여자가 독기 없이 예쁘면 가시가 생기나 보다. 무독성 식물에 짐승들이 꼬이듯이 예쁘고 착한 여인에게 남자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 많은 남자들을 방어하기 위해 톡톡 쏘아 대는 말을 하는 여성을 일컬어 가시나라고 부르나 보다. 그러니 젊은 남자여! 톡톡 쏘아 대는 여자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 내면은 순수하고 선하기에 가시와 같은 말을 쏘아대는 것이니 용기를 갖고 고백하기 바란다. 사랑한다면서 말 한마디 못하고 헤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나이 들어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2015.01.23.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