握手(악수)인가? 惡手(악수)인가?
握手(악수)인가? 惡手(악수)인가?
산과물
악수는 상호간의 예의를 표하는 방법으로 상호간에 간단한 목례와 함께 눈빛을 교환하는 인사예절이다. 그런데 서구의 악수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상하관계에 따라서 비굴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윗사람에 대해 과하게 허리를 굽히거나 굽실거리는 태도는 보기에 안쓰러울 뿐만 아니라 유치해 보이기까지 한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처럼 지나친 형식은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는 선배 딸의 결혼식이 있어서 예식장에 갔다. 예식장 앞에는 혼주(婚主)인 선배님 내외가 화사하게 차려입고 하객을 맞이했고 예식전이라 식장 앞에는 옛날 함께 근무했던 선배님들 여러분이 서 계셨다. 나는 반가워서 인사드리러 갔는데, 곁에 있는 사람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그런데 그분은 내가 인사하러 갔던 분보다 현재의 직위가 높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직위의 위력을 실감하고 말았다. 동시에 두 사람의 손이 나왔는데 내가 먼저 잡은 손은 직위가 높은 사람이었다. 물론 아부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존경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그러한 순서가 문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잠시 허공을 찌른 한 손과 그 분의 서운한 눈빛이 내내 눈에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분과 함께한 정이 더 많은데 혹시라도 마음 상하지나 않으셨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그 분의 멋쩍은 손과 서운한 눈빛이 미안한 마음으로 가슴에 걸린다.
예식이 끝나고 나오는데 잘 아는 선배님이 주변을 따르는 후배들과 함께 나오고 계셨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인사드렸더니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고 눈은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들이 많아 바쁘기도 하겠지만 악수하며 눈빛을 나눌 여유가 없었을까? 아님 내가 그분에게 서운케 한 것이라도 있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반려견이나 고양이가 발을 내밀어도 반갑게 눈빛을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내가 왜 반려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심히 불쾌했다. 아마 이런 악수 받아본 사람이라면 차라리 저 인간과 악수를 청하지 말 것을 하는 그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같은 장소에서 예식 전에 내가 범했던 결례를 예식 후 내가 당해보니 그분께 더욱 미안하고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번 일로 사소한 예의라도 존중함이 없는 예의는 차라리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2015.01.05.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