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연습

유로스타 대한민국

산과 물 2011. 7. 4. 09:33

유로스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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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방문하고 어떤 한국 사람들은 "왜 우리 조상들은 저렇게 크고 웅장한 것을 만들지 않았냐?" 라고 말한다. 유럽의 문명은 한마디로 말해서 중세 신중심의 세계관에서 태동한 것이다. 거리거리마다 우뚝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성당과 교회는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그러한 건축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인간의 고통과 죽음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것은 우리민족의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즉 우리는 신과 인간의 관계가 주종 관계가 아니라 “누구든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관, “인간이 곧 하늘이다.”라는 천도교의 종교관 등이 신을 위해 수많은 인간의 노동력과 생명을 착취하는 거대한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문화는 그 민족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대한민국 문화는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수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일 뿐이다. 그 규모의 크고 작은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물론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어서 이방인의 부러운 눈길을 끄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불편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로마에서 중세 건물을 지키기 위해서 건물의 외형도 개인의 취향보다 옛 로마의 취향을 따라야 하는 고통, 넓고 편안한 도로를 부러워하면서 중세 로마의 마찻길로 만족하는 그들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위대한 한민족, 그러나 우리는 가진 것이 없다. 외형적인 나라도 작고, 근현대에 와서는 일제 36년간의 외침으로 한글을 잃고 한국의 혼과 얼을 상실했었으며,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인의 외형도 보잘 것 없다. 키도 작고 체구도 작다. 나도 그렇다. 그러한 한국과 한국인들이 요즘은 글로벌 시대에 회자되는 부러운 존재이자 세계적 경제를 이끄는 강소국이 되어, 후진국들은 앞다투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제도 등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

 

또한 IT 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훌륭한 글로 평가받고 있는 한글은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이다. 현재 말만 있고 글이 없는 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글이 한글이다. 최소한의 자모로 최대한의 발음을 생산하는 능력은 가히 천지인의 조화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휴대폰 문자에서 본 것처럼 天( ‧ ) 地( - ) 人(ㅣ)의 조합과 기본자음의 가획으로 이루어져 어쩌면 IT 시대를 예상하여 만든 문자처럼 보인다.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기 때문에 아프리카, 페루 등 언어가 없는 나라에서 한글을 자기 부족의 문자로 수입해 쓰고 있다. 앞으로 십여년 후면 한국 한글도 있지만 "뿌까뿌까" 등의 음만 알고 뜻을 모르는 이상한 음의 이국의 한글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 세계언어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학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KBS1, 96.10.9).

 

영국 리스대학의 제프리 샘슨(Geoffrey Sampson) 교수는 한글이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도 독특하지만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여 음성학적으로 동일계열의 글자를 파생해내는 방법(ㄱ-ㅋ-ㄲ)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훌륭하다고 극찬하였다. 그러면서 한글을 표음문자이지만 새로운 차원의 자질문자(feature system)로 분류하였다.

 

샘슨교수의 이러한 분류방법은 세계최초의 일이며 한글이 세계 유일의 자질문자로서 가장 우수한 문자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지난 1997년 10월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요즘엔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한류스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파리에서는 SM타운 라이브 콘서트가 현지 팬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인터넷 예매 10분 만에 전석이 매진된 데 이어 당초 하루 일정이었던 공연이 팬들의 시위로 이틀로 연장되기까지 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공연을 대서특필하며 프랑스를 강타한 한류 열풍에 주목했다.

 

한국 문화는 영화, 문학, 음악, 패션, 음식 등의 분야가 이미 프랑스에 소개되며 그 저변을 서서히 확대해 왔지만, 대중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한류 열풍은 보다 많은 현지인들이 한국 문화를 폭발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를 즈음하여 경기도교육청 학부모지원팀이 유럽을 방문했을 때, 공항에서 느끼는 외국인들의 시선이 달랐다. 옛날처럼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유색인종이라는 멸시보다는 젊은이들에게는 한국인이라는 정감어린 신선한 눈길이 부드러웠다.

 

학부모지원팀은 8박 10일간의 여정으로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를 섭렵하면서 한국인의 빨리빨리 라는 근성으로 학교 등 교육관련 기관 등을 방문하였다. 선진국 어디를 가도 한국의 교육시설보다 좋은 환경은 보지 못했다. 우리가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했던 외국의 학부모 학교 참여도 실상은 한국보다 체계적이지는 못하다. 다만 부러운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만의 학부모 문화를 만들어서 정부가 개입해서 의도적으로 조장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학교참여는 그 나라의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문화가 아닌 일시적인 정책으로 시작하고 문화로 정착하기도 전에 예산부족으로 사업을 중단하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유럽인들의 시민의식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배양되어 왔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봉사한다는 볼런티어 정신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학부모 학교참여의 자발적 봉사문화도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유럽 4개국의 학교를 방문하고 학부모들을 만나보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학교에는 선생님들이 가장 기피하는 생활지도 담당 부서가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나라에는 생활지도라는 부서가 없고, 교사에 의한 학생체벌이 없다. 체벌은 오직 부모의 몫이다. 교사가 학생의 생활태도를 학부모에게 통보하면 학부모가 훈육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생활지도 문제로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의 갈등이 없다는 것이 부러웠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전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우리의 빨리빨리 정신은 모든 체제를 빨리빨리 재촉하면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듯하다. 무조건의 편안함과 쾌락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이다. 지금은 경제대국이지만 상호간의 배려가 없는 질주는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젠 교육이 나서서 한국의 사상을 가르치고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 우리의 교육과정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의 교육과정이다.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기 위한 자기주도적 학습에 기반한 7차교육과정의 기본정신은 과거의 집단 중심을 벗어나 철저하게 개인중심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현재의 교육과정에서 학습하는 학생들에겐 예의와 염치, 애국정신 등을 요구하기가 어렵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백년 앞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하는 교육과정이 개인의 발전만을 중심으로 만들어서 학생들은 대학진학시 자기가 필요로 하는 공부만 하면 된다. 과거처럼 도덕과 역사뿐만 아니라 국어시간도 상황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과목이다.

 

판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판검사와 관련된 사회과 과목과 영어만 잘하면 되고,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도덕, 국어, 역사는 아무 상관도 없는 과목이 되어 버렸다. 이런 교육상황에서 배태된 사회의 중역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 라는 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을까? 도덕성과 봉사정신을 잃은 그들에게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세금 내라고 하면 그들이 기꺼이 받아들일까?

 

그래도 영어공부는 열심히 해서 세계 어디를 가도 말은 통하니, 한국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 외국으로 이민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두뇌가 총명한 학생들이 문화를 개척하고 과학을 연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교육 포플리즘은 국가의 미래보다는 정치적 사교성이 뛰어나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 학부모가 원하는 쪽으로 무조건 수용해 가는 듯한 느낌이다. 전국 어디든 외국어고등학교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인재가 젊은 나이에 도구교과인 외국어에 몰두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언어는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다. 현재의 디지털 시대에는 음성 자동번역기까지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완벽한 외국어 자동번역기가 만들어지는 순간 외국어고의 정체성은 상실되는 것이다. 타인과의 소통의 수단인 외국어에 몰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명한 나, 지혜로운 나를 만드는 일이다. 타인과 다른 나만의 정체성이 있을 때 타인과 말할 때도 의미있는 말을 할 수 있고, 나만의 세계를 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사회 전반의 병폐인 탈세와 비리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교육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우리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부모와 선생님보다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자극시키는 TV, 인터넷, 잡지 등의 대중매체이다. 아이들은 대중매체를 접하면서 어떤 것이 멋있는 것이고, 우리의 나이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자연스럽게 교육 받는다. 사춘기를 맞이하는 청소년들은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하면 친구들에게 우상이 되는지 배운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배운 대로 선생님께 대들고 부모님께 반항한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이 생명인 대중매체는 이익을 탐할 뿐이기에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서는 보여 주지 않는다. 일부 특별 기획 프로그램에서나 잠시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다체널 시대에 학생들에게 교육 채널을 고정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 교육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 훌륭한 교육열이 자칫 확 불타오르고 꺼지는 것이라면 무의미한 것이다. 세계 교육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기혁신교육은 이제 교육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만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의 발전이 무엇인지를 교육공동체 모두가 참여해서 만들어 가는 혁신교육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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