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자료

진단평가의 기능 및 목적

산과 물 2007. 5. 27. 17:52
 

-황 정 규(서울대) -



  흔히 교사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던지는 질문은 내가 가르쳐야 할 이들 학생이 모두 ‘똑같은’ 능력, 학업성적, 배경 등을 갖고 있는가, 그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해도 무방할까, 이들 학생이 어떤 성질을 띤 학생일가 하는 자문이다. 만약 이에 대해 ‘그렇다’라는 긍정적 대답이 나오면 교사는 비교적 낙관적 희망을 갖지만 그렇지 않을 때 비관적인 실망과 함께 허탈감에 빠진다. 이것은 곧 수업 대상이 될 표적집단 학생이 시발행동 특성에서 동질적이지 못하고 이질적이라는 것, 측정학적 용어를 빌어 표현하면 학업 성취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시발행동에서 변산(vaviation)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넓은 개인차 변산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 진리요 실상이다. 그들이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가정이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수업은 가공적 영을 가상하고 출발하는 것이 현장 교육의 실제이다. 진단평가의 가장 주된 기능은 가공적 영 이하에 있는 학생, 가공적 영 상태에 있는 학생, 가공적 영 이상에 있는 학생을 확인하는 일이다. 한 학급 속에는 현행 학습에 필요한 선수학습을 제대로 성취 못했거나 일반적 인지 능력, 정의적 특성, 배경 등에서 학습 장애를 지닌 학생이 섞여 있다. 그들에게 정상적 학생에게 적합하도록 짜여진 교재나 교수방법을 투입해서는 학습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학생에게는 교수방법을 투입하기 전에 이같은 기본적 시발행동을 영점 상태에까지 끌어올리거나 교수전략을 영점 이하의 시발상태에 적응시켜야 할 일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교수전략 투입의 가정은 ‘만약 시발행동이 적절하게 준비되어 있고 교수전략이 시발행동에 적응되도록 제공되면 누구나 기대하는 성취수준에 도달한 가능성이 있다’는 명제가 밑받침되어 있다.

  최근에 학습실조아(學習失調兒)에 관한 관심이 활발해지고 있다. 학습실조아는 발달초기에 가정에서의 자극의 결핍, 언어 모델의 불량, 소음, 장해 요인의 과다, 학습기회 및 자극의 결핍, 부정적 자아개념의 발달, 동기상실 등으로 학교학습에 필요한 기본적 지식이나 기능, 태도가 결핍되어 있는 아동을 뜻한다. 이러한 학생은 대부분이 이와 같은 시발행동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학생을 위한 보상교육 프로그램의 목적은 결핍된 시발행동을 준비시키고 보충하려는 데 있다. 이같은 시발행동은 학습실조아에게만 있는 현상은 아니며 한 학급 속에서도 이와 같은 기본적 시발행동에 커다란 개인차를 보인다. 3학년 학생 중에는 읽기 능력이 4학년에 해당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1학년 정도의 읽기 능력도 못 갖춘 아동도 있고, 5학년 학생의 읽기 능력이 2~9학년 정도의 넓은 변산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이론적 및 경험적 증거는 같은 학급 속에 있는 학생은 모두 기본적 기능이나 능력을 비슷하게 지니고 있으며, 그러므로 수업을 같은 지점에서 시작해도 대부분(혹은 모두)의 학생에게 적합할 것이라는 현행 수업체제의 가정은 완전히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단평가의 목적은 이와 같은 학생을 확인하고 시발행동을 보충하거나 교수방법을 적응시키는 데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려는 데 있다.


 진단평가의 기능


  진단평가는 형성평가나 총합평가와 마찬가지로 학생의 행동특성에 관한 정보 수집을 기초로 모종의 의사결정, 기술, 분류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첫째, 수업이 시작되는 시초에 학생을 이해하고 그에 적응된 수업방법을 투입하려는 것, 둘째, 학생이 학습을 진행하는 도중에 계속적으로 보이는 결함을 진단하려는 것, 셋째, 시발행동 진단에 따른 학생의 정치(定置)와 교수방법의 적응이라는 세 가지 목적이 진단평가를 다른 유형의 평가와 구별시키는 주된 특징이다.

  첫째, 수업이 시작되기 이전에 실시하는 진단평가는 학생이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그가 어떤 단계, 어떤 수준에 놓여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다. 이미 논의한 바처럼 가상적 영의 가정은 허구라는 것은 명백하다. 어떤 학습자는 영 상태 근처에 있는가 하면, 어떤 학습자는 영 상태를 훨씬 넘어선 유리한 조건에 놓여 있기도 하고, 또 어떤 학습자는 영 이하의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영점상태를 가정한 교수방법을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유리한 조건에 놓여 있는 학생은 흥미 상실, 지루함, 주의산만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때로는 이같은 학습자가 교사에게 문제학생으로 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에게는 그들에게 적절한 도전감을 주는 ‘특별히 고안된’ 교수자료, 학습기회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영점지대 근처에 있는 학습자는 비교적 교사의 교수방법과 적절한 수준의 상호작용을 하면서 학습을 진행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나 영점지대에 미치지 못하는 학습자는 전혀 수업을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며, 영점을 넘어선 학생과는 다른 뜻에서 흥미상실, 지루함, 열등감, 소외감, 주의산만을 나타낼 것이다. 그러므로 시발행동 진단은 영점 상태의 학습자를 확인하기 위해 존재한다기보다 그 이상, 이하 지대에 놓여 있는 학습자를 확인하여 그들에게 적절한 교수 방법을 투입하려는 데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목적을 위한 진단은 대략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형태는 계획된 학습과제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 선수조건이 된다고 추측되는 시발행동 및 기능을 학생이 소유하고 있는가 없는가, 주어진 학습 목표를 학생이 이미 통달했는지, 그럼으로써 보다 높은 수준의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지 어떨지를 결정하려는 것이며, 둘째 형태는 학생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 예컨대, 지능, 적성, 흥미, 동기, 기초기능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교수전략이나 교수방법의 대안을 제공하는 의사결정을 하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둘째, 교수가 진행 중일 때 투입하는 진단평가이다. 이 평가의 주된 기능은 학생이 학습에서 나타내는 계속적인 결함의 원인 및 그 밑에 놓여 있는 원인 정보를 수집하여 적절한 의사 결정을 하려는 것이다. 형성평가도 학습 도중의 학습결함을 진단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형성평가는 학습목표에 관련해서 교수방법 및 교재 자체의 개선에 의해 학습을 개선하고 증진시키려는 것이 주된 목적인 데 반해, 진단평가는 이같은 개선만으로는 교정되지 않는 신체생리적 결함, 정서적 장애, 문화적 환경의 결함을 찾으려는 데 있다. 달리 표현하면 형성평가는 표적집단에게 다른 결함이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이 가정 위에서 교수전략 및 교재를 개선하면 학생이 학습에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밑받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진단평가는 이러한 개선에 의해 교정되지 않는 교수 외적 결함을 진단하려는 데 있다. 학습은 누적의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현재 나타나는 학습 결함은 이미 과거 학습사의 누적적 결과이며, 이 누적적 결과가 만성화되어 버린 것은 현재의 학습과정 중의 일시적, 순간적 교정에 의해 치유하기는 힘들다. 이같은 만성적 결함은 대개 과거의 환경 속에 그 원인이 잠재해 있을 가능성이 많다. 만성적 결함을 진단하기 위하여는 교사의 전문적 평가기능도 중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전문가(카운슬러, 의사) 및 부모, 지역사회 자원인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경우도 있다.

  셋째, 시발행동의 진단에 따라 교수전략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학생을 정치하는 기능이 진단평가의 중요한 목적이다. 정치라는 개념 속에는 진단의 정보에 따라 분류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에 따라 고정적이거나 변동적인 집단화를 꾀한다는 의도가 잠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집단화(grouping)밑에 깔려 있는 평가의 관점은 그들을 인간규정의 관점에서 집단화를 고착시키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려는 과정의 하나로서 이용하는 수단에 불과함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학생집단을 여러 가지 형태의 동질집단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교수방법을 투입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같은 배치기능에 관련해서 진단평가에서 얻은 정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단화하는 방법에는 학교간 집단화(interschool grouping), 학교내 집단화(intraschool grouping), 학급내 집단화(intraclass grouping)을 예상할 수 있다. 학교간 집단은 학생을 공업학교, 농업학교, 상업학교, 수산학교 등으로 배치하는 현상을 말한다. 학교내 집단화는 한 학교내에서 진학반, 직업반으로 배치하거나, 또 공업, 상업, 문과반, 이과반으로 분류하는 현상을 말한다. 학교내 집단화의 방법에는 학생이 소유하고 있는 선수 시발행동의 수준, 교과목의 성취 수준, 혹은 교수전략에 관계 있으리라고 추정되는 기타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수준에 따라 특수 학습집단으로 나눌 수도 있다. 우리 나라에서 흔히 행하여지고 있는 우수반과 열등반으로 나누는 것이나, 부진집단, 정상집단, 우수집단으로 나누는 분류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학급내 집단은 학급내에서 우수, 보통, 열등 등으로 나누거나, 성질이 다른 여러 집단으로 분류하는 경우이며, 이것을 Thelen(1967)은 ‘수업가능집단(teachability groups)’이라고 부르고 있다.


참고문헌


Thelen, H. A.(1967). Classroom grouping for teachability, New York: Wi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