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연습

넥타이

산과 물 2007. 5. 11. 22:06
 

  넥타이


붉은 아침 햇살로

스러진 핏줄기가

검은 동공 중심으로

태양처럼 흩어져


어제처럼 아내가

아이들 앞에서

사랑처럼 든든한

넥타이를 매어준다.


가녀린 목줄기가

거북처럼 거북스러워

검붉은 핏줄이 서고

혈압이 오르내려


나비처럼 나풀거리는

파란 나뭇잎을 꿈꾸다

지상으로 내려앉아

사무실로 들어간다.


가슴처럼 갈라 내린

기다란 넥타이엔

보이지 않는 시름

끈질기게 잡아당겨


선율처럼 넥타이들은

늘어진 하모니를 이뤄

서로 울리고 웃기다가

지쳐 구겨진다.


구속된 자유처럼

나풀거리던 넥타이

다시 어둠을 향해

집으로 돌아 가니


서산을 넘는 햇살도

붉게 충혈된 눈처럼

풀릴 대로 풀어져

눈시울을 붉힌다.


자기주도학습실에서

보잘것없는 내 목을

얼싸 안은 가련한

넥타이를 생각하며


2007년 5월 10일 20:00


산과 물이 쓰다.

 

  • 넥타이는 관계를 맺는 줄이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넥타이를 맨다.
    어떤 넥타이를 매느냐가
    삶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아빠들은 어쩌면
    답답한 가족의 넥타이에
    행복하도록 길들여져 있는 지도 모른다.

    직장에 출근하면
    나보다 더 굵고 긴 넥타이를
    얽어 맨 상사들이
    작은 넥타이 줄을
    보이지 않게 잡아 다니고 있다.

    그러나 작은 넥타이들은
    그들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작은 속삭임에 울고 웃으며
    삶을 즐기면서
    하루를 지친다.

    아빠들은 어쩌면 구속을 즐기는 지도 모른다.

    묵묵히 말없는 아빠들에게
    어린 자녀들은
    "아빠 오늘 맛있는 것 사다 주세요."
    사랑이든 정이든
    넥타이는 잡아 당기는 사람에 따라
    신바람 날 때도 있다.

    며칠 있으면 어버이 날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대부분
    자식을 위해서라면
    넥타이를 묶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랑의 구속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지도 모른다.